대다수 사람들은 가난과 病苦(병고), 고독에 시달리는 것을 싫어한다. 죽음은 끝내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한 여유롭고 건강하게, 즐겁게 살고 싶은 것이 人之常情(인지상정)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 權正生(권정생) 선생의 삶은 일반적인 행복의 범위에서는 비켜도 한참 비켜갔다. 일본에서 가난한 노무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해방된 조국에 돌아왔지만 그를 맞아준 것은 가난과 병, 고독이었다.
결핵이 '몹쓸병'이었던 그 시절,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봐 객지를 떠돌며 힘겹게 살아야 했다. 그러다 안동군 일직면 조탑리에 정착, 시골예배당 문간방에 살며 십수 년간 종지기 노릇도 했다. 그를 뒤덮은 거친 세파는 모질고 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게 크고 아름다운 선물을 했다. 온몸으로 부대껴야 했던 辛酸(신산)한 삶의 편린들이 '문학'이라는 꽃으로 피어났다.
첫 작품인 동화'강아지똥'(1969)에서부터 국내 아동문학 최대의 베스트 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몽실언니'(1984),'사과나무밭 달님', 마지막 작품인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1996)에 이르기까지 그의 많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작고 보잘것없는 것, 가난하고 힘없고 그러나 착한 존재들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한다. 가슴 밑바닥을 건드리는 아련한 슬픔 속에서도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와 따뜻한 마음씨, 세상을 보듬는 인간애를 통해 비극을 딛고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평생을 따라다닌 가난과 병마, 유족 한 명 없는 외로운 삶을 접고 17일 훌훌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가슴에 '작지만 큰 이야기들'을 남기고.
권 선생은 생전에 늘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한평생 고생하다 가신 어머니가 '그 나라'에서도 밥이 모자랄까봐, 아주 조금밖에 못 잡수실까봐 걱정했다.'…그리고 이담에 함께 만나/ 함께 만나 오래 오래 살았으면/ 어머니랑 외갓집도 가고/남사당 놀이에 함께 구경도 가고/ 어머니 함께 그 나라에서 오래 오래 살았으면/오래 오래 살았으면….'(권정생 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중)
권 선생은 이제 그토록 그리던 어머니를 만나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그간 꼭꼭 쌓아둔 온갖 얘기들로 母子(모자)는 날밤을 새우고 있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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