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노인병원들이 간병인들의 불안정한 고용을 빌미로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주며 착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들을 공급하고 있는 협회는 알선료 명목으로 4만, 5만 원의 회비를 받아 간병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것이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한 노인 병원의 경우 협회를 통해 12명의 간병인을 고용, 12시간 교대 근무로 50명의 환자를 간병하게 하고 개인당 월 90만 원의 임금을 협회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이 환자들에게서 받는 간병 비용은 1인당 하루 2만 원. 단순 계산을 해도 병원은 환자들로부터 한 달에 3천만 원(50명×2만 원×30일)을 간병비로 받지만 실제로는 1천80만 원(12명×3만 원×30일)만 지출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병원은 간병인 근무표 작성이나 배치 정도의 일에 그치고 있다. 이곳의 한 간병인은 "일당 3만 원, 월 90만 원이란 급여가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그러나 불평을 하면 이마저도 일을 못하게 돼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관례로 근로 수준에 맞게 산정된 금액이며 대부분의 요양병원도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합리는 노인병원-협회-간병인으로 이어지는 종속적인 구조관계에서 비롯된다. 간병인의 고용은 정부가 인가한 파견업체가 병원에 간병인을 보내는 파견 근로와 병원의 직접 고용, 환자와 간병인 간의 직접 계약 등 3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많은 노인병원들은 간병인 고용시 협회를 이용함으로써 간병인을 파견 근로자나 개별 사업자로 탈바꿈시키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고용주는 병원이 아닌 파견업체나 간병인 자신이 돼 문제 발생시 병원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간병인들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하루 평균 12시간의 근무를 하면서도 시간 외 수당은커녕 시간당 2천200원꼴로 최저임금(3천480원)의 70%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다. 또 환자들로서는 24시간 근무의 개인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 내는 금액(12시간당 평균 6만 원)보다는 싸지만 간병인들이 보통 7~9명의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실제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문제는 법·제도적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 간병인과 병원의 고용 관계를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모호해 법적용이 어렵고, 간병인은 물론 협회 측도 병원의 고용해제를 걱정해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대구노동청의 한 관계자는 "노인병원들이 실제로 이처럼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지만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어 관련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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