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자신의 특성에 맞는 진로 찾기

입력 2007-05-15 07:16:53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어느 날 성악을 전공하게 해달라고 했다. 집안에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없고, 평소 아이가 노래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는 난 순간 당황했다. 아이는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오고 있었다. 상당 기간 전문가 상담, 심리 검사, 발성 테스트 등의 탐색 과정을 거쳐 주 2회 정도 레슨을 받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대부분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 대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모도 아이에 대해 잘 모른다. 아이의 적성에 맞추어 전공을 택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배치 기준표를 보고 수능 성적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부모가 훨씬 많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중도에 그만두거나,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물론 경기 침체에 따라 안정된 직장을 얻으려는 목적도 없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지 않아 바꾸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요즘은 사라지는 직업도 많고, 새로운 직업도 많이 생긴다. 급박하게 변해가는 직업 세계에 대한 이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만큼 진로교육의 중요성은 커졌음에도 학교에서의 진로 교육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직업 체험'을 해 본 학생이 중 3학년 8.2%, 일반계고 3학년 6.4%에 불과하고, 전문계고 3학년도 16.1%에 불과하다고 한다. 직업 탐색 기회나 직업 체험 기회 제공보다는 입시 준비에 더 열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마침 '직업 세계 체험 주간' 운영 소식을 들었다. 5월 14일부터 5월 19일까지 정부, 경제단체, 유관기관, 기업체, 학교 등이 참여하여 전국적 규모로 행사를 연다고 한다. 선포식, 세미나, 직업 설명회, 현장 견학 및 체험, 부모님 회사 탐방의 날 운영 등 다양한 행사가 계획되어 있단다.

그 기간에 대구지방노동청과 대구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2007 청소년 커리어 엑스포'도 열린다. 5월 15일부터 16일 이틀에 걸쳐 대구상원고등학교에서 개최되는 엑스포는 직업 적성 흥미 검사를 해 주고, 학과·직업 ·기업 정보 등을 제공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초청한 전문가와의 만남 시간도 가진다고 한다.

앞으로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는 물론 학교에서도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 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스스로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기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아 일반 학과로 진학한 우리 아이는, 요즘도 주 1회씩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 성악을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특성(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 찾기', 가정과 학교에서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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