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경관, 도시 디자인이 뜨고 있다.
개발 일변도에서 탈피, 도시가 가진 역사·문화·자연을 보전하려는 정부 차원의 경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지자체마다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대구도 이 같은 도시 경관 사업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전문 기구와 관련 계획을 마련한 다른 지자체들을 벤치마킹해 대구의 도시 디자인을 특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 도시 경관의 현주소는?
도시 경관에 대한 관심은 건물, 개발 중심에서 인간, 보전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 세계적 도시 정책 흐름에서 비롯됐다. 대구 지자체들이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국내외 다른 선진 도시와 비교할 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1. 대구의 젖줄 신천은 오래전부터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신천을 따라 아파트가 마구 들어서면서 물 구경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것. 지난해 말부턴 신천 일대 2종 7층 주거지역의 층수 제한을 해제한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아파트 개발 사업이 쉽도록 더 높게,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사업자 민원이 쇄도한 때문.
그러나 수변 공간의 이 같은 개발 민원이 서울에서는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한강변 인접 지역에 대해 시각적 개방감 확보를 위한 건축물 입면적 심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입면적은 건물의 가로 세로 높이를 곱한 값으로 입면적이 작으면 작을수록 경관이 좋아지고, 통풍이 원활하다. 한강변 아파트 한 동의 입면적은 3천㎡ 이하로 규제돼 100m 높이로 지을 경우 가로 폭은 30m를 초과할 수 없다. 서울시는 타워형 고층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건축물에 이 같은 입면적 규제를 하고 있다.
#2. 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 중심지 범어 네거리. 2010년을 전후해 20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9곳이 한꺼번에 들어서는데, 지그재그 스카이라인이 도심 조망을 해칠 수밖에 없다. 오래된 낮은 건물이 고층의 최신 주상복합건물과 마구 뒤섞여 스카이라인이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스카이라인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맨해튼, 홍콩,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계적 스카이라인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랜드마크 건물의 높이를 기준으로 다른 건물들과의 고저를 맞추고, 근경·중경·원경에 따라 다각적으로 조망권을 확보해 두는 것. 선진국들은 도심지 고도 제한을 풀어 초고층 건물을 짓도록 유도하지만 공원, 다리 등 공공 장소의 조망권을 훼손하는 스카이라인은 엄격히 제한한다.
#3, 대구 중구 휴대전화 골목. 가게보다 더 큰 간판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모든 가게의 간판이 선전 문구로 뒤덮여 있고, 자극적인 간판 색깔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손호언(34) 씨는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어떻게 이런 간판들이 버젓이 달려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개최한다는데, 잘 정비된 간판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간판도 규제하기 나름. 경기도 성남시는 수도권 최대 재래민속시장이라는 모란시장에 모두 12억 원을 들여 아름다운 간판거리를 조성 중이다. 특색 없는 간판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여론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에 간판 디자인 개발 용역을 맡긴 것. 문자 크기는 광고물 설치 면적의 80% 이내, 흑·적색류 바탕색은 50% 이내로 새 가이드라인을 설정했고 올해 말이면 간판 색깔에 따라 블루, 오렌지 거리가 새로 태어날 전망이다.
◆대구 도시경관, 어떻게 바꿀까?
대구 도시경관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대구시는 2002년 수립한 대구 경관기본계획에서 조망, 역사문화, 색채, 도시축, 시가지, 환경녹지 7개 경관의 기본 틀을 짠 데 이어 올해 들어 도시경관팀과 도시디자인팀을 발족시켰다. 전문가 그룹이 참가한 도시경관자문위원회와 도시디자인위원회까지 출범해 분야별 경관, 디자인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한창이다. 대구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시 경관 계획을 발주한 수성구도 건물높이, 지붕 형태, 색채 등의 건축물 디자인에서 버스 승강장, 교통표지판, 가로 안내판 같은 가로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향의 경관 활성화 전략을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경관계획은 실태 조사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 이를 체계화하고 활성화하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간 경관 하나만 하더라도 조명 시설 자체는 늘어났지만 밝기를 어떻게 조절하고 어디에 집중적으로 달아야 하는지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대구 구·군청 도시계획 담당자들은 대구보다 한발 앞서 있는 다른 지자체들의 경관 계획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도시 경관, 도시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단연 서울. 지역별 야간경관계획, 도시디자인 기본계획,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한강시민공원 디자인개발, 한강변 경관조명설치 기본설계 등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15억 원의 용역비를 투자했다. 또 광주, 부산, 인천이 차례로 야간, 시가지 경관계획을 발주했고, 서울 금천구, 인천 중구청, 경남 김해, 충북 충주 등이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도시 경관 용역을 발주했다.
이와 관련 대구 지자체 담당들은 "대구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지자체들의 공통점은 과나 본부 단위의 총괄 기구와 박사급 전문 인력을 갖춘 점"이라며 "대구도 도시경관팀과 도시디자인팀으로 이원화된 체계를 하나로 묶고,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염두에 두면서 가로 경관을 특화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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