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아들(2007, 장진 감독)

입력 2007-05-10 07:38:01

강도살인죄로 감옥에 사는 동안 내내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고통받던 강식(차승원)에게 15년 만에 단 하루의 외출이 주어진다. 세 살 때 헤어졌던 아들이 보고 싶다.

아버지 없이 자란 살인자의 아들은 어떤 아이일까. 아들은 부모가 없는 세상이었지만 고독과 반항으로 방황하는 10대 철부지가 아니라, 홀로서기에 익숙해진 대견한 모습으로 자라났다. 치매 할머니를 돌보며 친구들과 깊은 유대를 맺을 줄 아는 안정된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와 차츰 분리되면서 독립된 인격으로 서게 되는 과정을 '분리-개별화 과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분리개별화 과정에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했지만, 아벨린이라는 정신 분석가는 아버지의 위치에 특별히 주목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출생 직후부터 시작되어, 점차 둘 간의 관계가 깊어진다. 두세 살쯤 되면 아이에게 아버지는 오염되지 않은 사랑의 대상으로, 이상적이고 전지전능한 사람으로, 사랑해주고 보살펴주며 인정해주는 상으로 비쳐진다. 아이가 일생토록 세상과 관계를 맺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 시기의 부자관계를 '아이소젠더'(isogender)라고 했다. 남성끼리 '같은 성'으로서 동지의식을 느끼며 아버지는 아들의 행동에 있어서 모델이 돼 주는 것이다.

아들과 만나지 못한 긴 세월 동안 강식은 피멍이 들도록 때린 아들의 종아리가 떠오르면 혹시 아들이 불구자가 되지는 않았는지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비록 살인자가 되었지만, 세 살까지 아들에게 쏟은 사랑이 아들이 건강한 인격으로 자라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종결부의 반전(反轉)이다. 아버지의 손안에 들어온 아들의 손으로 인해 친아들이 아님을 알아채고 아버지가 통곡을 하는 장면이다. 15년간 서로 보지 못하고 살았는데, 어떻게 친아들이 아님을 알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부모자녀 간에 서로 통하는 특별한 텔레파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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