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 육상경기, 대학팀부터 살려야

입력 2007-05-08 07:41:51

최근 체육계에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하나는 '국제대회의 유치'라고 하는 따뜻한 훈풍이고, 다른 하나는 '운동부 구조조정'인 매서운 칼바람이다. 한 쪽에서는 축제 분위기인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인 꼴이다. 체육인의 입장에서 보면, 따뜻한 바람과 찬바람을 번갈아 쏘이고 다녀 감기 들기 딱 알맞다는 느낌이다.

구조조정의 드센 바람은 대학에서부터 일고 있다. 재정이 어렵더라도 운동부가 대학홍보나 구성원의 결집에 보탬이 된다면 팀의 존폐문제까지는 대두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스포츠는 그러한 점에 취약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소위 비인기종목으로 간주되는 육상경기와 같은 기초종목에 더욱 치명적이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유치한 마당에 육상 팀의 존폐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주변상황에 역행하는 처사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특히 사립대학에서는 그러한 조치에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

영남대의 경우, 운동부 1년 예산이 20여억 원에 가깝다. 육상 팀 예산만도 2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선진형 대학의 모양새를 갖추려면 일반학생과 교직원의 체육활동을 위한 공간, 즉 수영장,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등과 같은 시설확충도 필연적이라고 볼 때 위 예산은 대학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되는 규모다. 구조조정은 구기보다는 관심이 덜한 기초종목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자니 주변상황이야 어떻든 육상경기 같은 개인종목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짐을 보이자, 초 · 중등학교 육상계에서는 대학이 흔들리면 육상계 뿌리 자체가 뽑힐 수 있다고 아우성이고, 학교체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시 · 도 체육단체에서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렇다면 협조라고 하는 차원에서, 또 사명감이라는 차원에서 대학만 그 책임을 무한정 져야 하는가?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우선 육상계를 비롯한 체육계에서 육상경기 등의 기초종목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찾아야 한다. 육상경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의 유도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일차적으로 체육인의 몫인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국립대학에서 기초종목의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일정 부분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액이 소요되는 구기종목은 사립대학에 맡기더라도, 육상, 체조, 수영 등과 같은 기초종목의 육성은 국립대학이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의 국립대학이 엘리트스포츠를 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가?

세 번째는 역시 재정지원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정기간, 적어도 육상경기가 인기종목으로 각인될 수 있는 시점까지는 시 · 도 체육단체에서 대학의 육상 팀 운영에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의 경기성적이 지자체의 체육수준을 가름하는 기준이 되고, 시 · 도민의 자존심과 관련이 있다면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육상 팀의 존속을 위한 선수수급과 시설활용의 문호개방은 당연히 대학의 몫이다. 그러나 몇 만 명이 운집하는 육상경기장의 그날까지는, 또 우리나라 스포츠계에도 자부담 원칙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까지는 지자체의 투자가 전제되어야 문호개방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는 '저변과 진로의 확대'라고 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초 · 중등학교 육상경기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이 부족하여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들이 양산되는 마당에 육상경기 발전의 책임을 전적으로 대학에만 전가할 수는 없다. 이제 지자체 체육단체는 예산을 균등하게 배분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틀을 전제로 지원 대상을 정책적으로 선정하여 그에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육상경기 실업 팀의 창단 및 육성에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대구는 시청 소속 1개 팀이 고작이고, 경북도 6개 팀이 있으나 모두 기업체가 아닌 지자체 소속 팀들이다. 명맥을 유지하던 대구은행도 10여 년 전에 팀을 해체해 버렸다. 취업에 대한 대책 없이 선수들의 분발만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대회를 맞이하는 잔칫집에서 부는 육상경기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김동규 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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