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 불로동에 싹 틔우다…불로 목공예단지

입력 2007-05-07 09:30:25

▲ 생활 목공예품을 주로 생산하는 대림목공예 창고에서 직원들이 나무 탁자를 옮기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생활 목공예품을 주로 생산하는 대림목공예 창고에서 직원들이 나무 탁자를 옮기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지난달 중순 대구 동구 불로삼거리 인근에 들어선 '불로동 목공예 단지'. 논밭으로 둘러싸인 공터에 파란색 지붕의 현대식 공장이 줄지어 서 있다. 3천100여 평 부지에 들어선 공단은 현재 쉬메릭 업체인 대림목공예를 비롯해 태양상패, 이나목공예, 달구벌공예사 등 현재 4개 업체가 가동에 들어갔고 3개 업체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번 집단화는 대구 목공예 업체들의 숙원 사업인 '클러스터 조성'에 첫 삽을 뜨는 것이라 어느 때보다 업체들의 기대는 부풀어 있다.

◆전국 목공예 대부분은 대구산

대구가 전국적으로 이름난 목공예 산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관광지에서 파는 목공예 상품의 경우 국내 생산의 거의 100%를 차지할 정도다.

그 배경이 사뭇 재미있다. 장세일 대림목공예 대표는 "1970년대만 해도 섬유기계가 대부분 목재라 자연스레 목재 기계를 만드는 기능 인력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섬유기계가 플라스틱과 메탈로 바뀌면서 목재기계를 만들던 사람들이 일거리가 없어져 관광품 등 목공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 이후 불로동과 도동 일대에 업체들이 속속 생겨났고 점차 이 일대가 목공예로 유명해졌다고 했다. 장 대표는 "아직까지 불로동과 도동 일대에 60여 업체가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품질로 중국산과 '맞짱'

최근 목공예 업체들이 고전을 하는 이유는 값싼 중국산 때문. 국내산보다 5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 이장만 이나목공예 대표는 "관광지 기념품 등은 대부분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오는데다 원산지 표시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도 한 달 안에 훨씬 싼 가격에 복사품을 만들어내 업체들이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것. 그나마 아직 품질 차이가 나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공예 업체들은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생활 목공예품을 주로 제작하는 대림목공예는 현재 생산 업체로는 유일하게 대구나 동아 백화점에 납품을 하고 개별 전시장도 갖추고 있다. 장 대표는 "가격으론 경쟁이 안 돼도 품질이나 A/S에서 아직 중국이 못 따라오기 때문에 꾸준한 판매 증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매년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 중이다.

◆목공예도 첨단화와 기능성 추세

목공예하면 아직 수작업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기계가 사람 손을 거의 대신한다. 특히 최첨단 레이저 가공기는 목공예 제작의 일등공신이다. 컴퓨터에 크기와 모양을 입력하면 레이저 가공기가 알아서 목공예품을 만들어낸다. 사람 손으로 불가능한 1㎝ 크기의 불상도 거뜬히 해낸다. 정두성 달구벌공예사 대표는 "레이저가 도입되면서 목공예품이 더욱 정밀해지고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또 목공예품에 기능적인 요소가 부가된 점도 최근 경향이다. 나무 탁자에 수납공간을 별도로 만들거나 열쇠고리에 호신용 호루라기도 가능하게 한 경우가 그렇다. 장 대표는 "과거 목공예는 장식적인 개념이 강했지만 최근엔 소득이 올라가면서 생활용으로 많이 사용된다."며 "그런 만큼 기능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약의 꿈

지역의 목공예 업체들은 20년 전부터 클러스터 구성을 꿈꿨다. 흩어진 영세업체들을 한곳으로 합쳐 공동구매와 설비 공동사용 등으로 생산비를 낮추는 한편 다양한 정보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로동과 도동 일대에 클러스터에 필요한 3만 평 정도의 부지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현재 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풀리면서 2005년 5월 매입을 하고 공단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주변은 아직 그린벨트 지역이라 더 이상의 확대는 지금으로선 어려운 실정이다. 장 대표는 "아직 공간이 없어 7개 업체만 들어오지만 향후 부지가 생기는 대로 계속 업체들이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체험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광지로도 꾸밀 계획이다. 장 대표는 "목공예는 문화 상품이라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잘 운영한다면 대구의 대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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