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버이날' 법정 공휴일 지정을

입력 2007-05-07 07:08:21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1956년부터 제정한 '어머니날'을 1973년 '어버이날'로 바꾸어 일반기념일로 제정해 시행해 오고 있으며, 그 어느 날보다도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을 '어버이날'로 특별히 제정한 것은 나를 낳으시고 길러 이 세상에 '나'를 존재하게 하신 어버이의 은혜를 새롭게 되새기고, 자식 된 도리를 가다듬자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버이에 대한 효행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요, 나아가서는 우리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꼭 해야 할 도리이다. 그래서 퇴계 선생은 '효도는 백 가지 행실의 기본'이라 했고, 공자는 '3천 가지 죄 중에서 가장 큰 죄는 불효죄'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겉으로 보기엔 다들 어버이에게 효도 잘하고 있는 것 같으나 한 가정 한 가정 파헤쳐 보면 나이 든 어버이들은 서럽기 짝이 없다. 어린이날은 큰 잔치를 하다시피 관심을 쏟는 것은 물론, 1년 365일 자식에게 매달리는 이른바 '과잉보호'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나, 어버이날은 연례행사로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거나 사업에 또는 직장에 바쁘다는 이유로 전화 또는 선물, 용돈 얼마를 부쳐주면 자식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반성해 볼 일이다.

즉, 위(어버이)로도 혈육이요 아래(자식)로도 혈육인데 내리사랑은 점점 더하여 가고, 위로 어버이를 공경하는 치사랑은 망각되거나 실종돼 가는 편향된 현실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오늘날 50대 이후의 부모들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자식을 위해 온 생애를 '올인'해 왔기 때문에 노후대책을 세우질 못한 상태에서 불행한 말년을 맞고 있다. 대부분이 부모에게도 도리를 다하면서 모든 것을 자식에게 쏟아부었지만, 현재의 자식들은 부모에게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과도기 시대에 처해 있고, 국가나 사회로부터도 제대로 노후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이 '老後三苦(노후삼고)' 즉 병고, 경제고, 고독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한 부모와의 대화 단절, 노부모 유기, 소외, 기피, 학대, 폭행 등을 당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로 인한 노부모 자살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은 한 마디로 나만을 생각하는 가족간 이기주의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버이에 대한 도리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자기는 그러면서도 자기 자식에게는 은근히 효도 잘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찍이 강태공은 '내가 어버이에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효도하나, 이 몸이 이미 효도하지 못했으면 자식이 어찌 효도 하리요.'라고 불효의 대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이제는 내리사랑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어버이 사랑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법적 공휴일로 지정해서 하루 만이라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건강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어버이날의 법적 공휴일 제정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한다.

나아가 어버이날을 범국민적 효사상 앙양의 날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윤리도덕의 근본인 이 '효' 사상을 '어른공경' 사상으로 승화시켜 황폐화된 도덕률 불감증시대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데 온 국민이 뜻을 모아야겠다.

김서규 전 중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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