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억제 전방위 압박

입력 2006-12-20 09:03:47

투기지역 관계없이 상환능력 반영..강제 상환도 재촉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이 대출 억제를 위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권은 투기지역의 다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담보대출금의 강제 상환에 나서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가계와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을 막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감독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 채무상환 능력 반영..대출 심사 강화 = 금융감독원은 19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대출자의 채무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18일 신규 대출 취급분부터 10일마다 대출자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하도록 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빚을 갚을 수 있는 지표를 평가해 취급한 대출이 얼마나 차지하고 대출 한도와 금리에는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 주기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특히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400%를 넘거나 DTI가 40%를 초과해 부실 위험이 큰 대출에 대해서는 개별 대출자의 금융자산 등 상환 능력을 검토한 자료를 별도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상시 감시.감독하겠다는 것으로, 은행들에 담보보다는 채무 상환 능력을 주로 보고 대출을 해 주라고 지시한 셈이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6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 대출 때 DTI 40%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앞으로는 주택 가격과 투기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담보 대출에 대해 채무 상환 능력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1가구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국민주택 규모(전용 면적 25.7평) 이하, 시가 3억원 이하의 주택담보대출이나 ▲대출금이 1억원 이하인 경우는 이번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빚이 많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은 담보(집)만을 갖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어려워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은행들의 대출 심사 기준을 담보 위주에서 채무 상환 능력으로 조기에 바꾸라는 뜻"이라며 "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간접적인 방법이지만 은행으로서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 1월말까지는 은행권과 함께 대출자의 현재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대출을 차등화하는 '여신심사 모범 규준'을 만들어 시행할 예정이다.

또 은행들이 영업점의 성과를 평가할 때 대출 실적보다는 예대 마진 등 수익성과 대출 취급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달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상향으로 은행들은 8천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따라서 대출 여력도 줄어들게 돼 주택담보대출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게 됐다.

◇ 다주택자 조건부 대출 강제 상환 = 다주택 보유자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강제 상환 압박도 가해지고 있다.

지난해 6.30, 8.3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작년 7월4일 이후에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이 투기지역에 있는 주택을 살 경우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올해 7월4일까지 기존 주택을 팔지 않은 처분 조건부 대출자에 대해서 은행권이 강제 상환에 들어갔으면 상환하지 않는 대출자에 대해서는 연체 금리를 물리고 있다.

작년 9월20일부터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3건 이상일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상환해 2건 이하로 줄여야 하는 축소 조건부 대출자가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9월부터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의 잠정 집계 결과, 처분 조건부 대출은 5만2천195건, 축소 조건부 대출은 2천257건이다.

이들 대출 가운데 유예 기간이 끝난 대출은 3천여건으로 이중 10%인 300여건은 애초 대출 약정을 지키지 않고 있고 건당 대출금액은 1억원 정도인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금감원은 따라서 은행권에 해당 대출금을 강제 상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처분 조건부 대출의 경우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 대출금만 갚는 사례도 있어 애초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을 상환하면 은행과 맺은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매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주춤 = 지난달까지 급증하던 주택담보대출이 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한 LTV 규제 강화 등을 담은 11.15 대책 시행 이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대출 심사 강화 조치와 다주택자의 대출금 상환 압박,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8월 1조3천억원에서 9월 2조6천억원, 10월 2조8천억원, 11월 5조4천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달 1일부터 9영업일의 대출 증가액은 1조1천164억원(일 평균 1천240억원)으로 11월8일부터 9영업일 3조1천761억원(일 평균 3천529억원), 11월21일부터 8영업일 1조7천219억원(일 평균 2천152억원)보다 둔화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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