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렵현장] (상)숨 죽인 한방…쾌감 즐기는 엽사들

입력 2006-12-09 07:53:58

"탕~탕~탕~" 겨울 정적 깨고 스트레스 '훌훌'

11월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는 수렵허가 기간. 수렵장으로 지정된 전국 7개 도 29개 시·군의 산과 들에는 벌써부터 1년을 기다려 온 엽사들로 붐비고 있다. 경북에는 북부지역 8개 시·군에서 수렵장을 개장, 운영하고 있다.

(상) 숨죽인 한 방의 쾌감, 겨울을 즐기는 엽사들

지난 6일 오후 안동시 일직면 한 야산. 나뭇가지가 한껏 휘어진 사이로 바스락바스락 발소리와 함께 차상구(47· 대한수렵협회안동지회장) 씨와 이덕우(60·안동시 임동면) 씨가 긴장감 속에 산허리를 오른다.

이들을 이끄는 것은 바닥에 코를 대고 이리저리 짐승의 자취를 찾는 네살배기 사냥개 포인터 두 마리. 냄새를 맡던 포인터가 특유의 몸짓을 한다. 베렐리 엽총을 잡은 차 지회장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어 푸드덕 소리와 함께 꿩 서너 마리가 날개를 치며 날아오르자 차 지회장의 엽총이 불을 뿜는다.

"탕~, 탕~, 탕~."

고막을 울리는 총성과 함께 수풀 속에서 날아오른 화려한 깃털의 꿩 한 마리가 허공을 향해 몇 차례 날갯짓 하다 갈대밭으로 곤두박질친다. 명중이다. 순간 낙하지점으로 잽싸게 달려가는 포인터. 금세 득의만면한 얼굴로 장끼를 입에 물고 나와 주인 앞에 선다. 선뜻 꿩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다가 수고했다는 뜻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그제야 꽉 물었던 이빨을 풀고 주인한데 꿩을 건넨다.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풀어지는 순간입니다. 이 맛에 사냥을 하죠."

차 지회장은 "사냥 하면 밀렵이나 안전사고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사냥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레포츠 가운데 하나"라며 예찬론을 폈다.

함께 동행한 이 씨 역시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유지에 이만한 레포츠가 없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그래서인지 이날 이 씨는 육순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그의 영원한 사냥 파트너는 독일산 포인터 '홀'. 애견과 애지중지하는 사냥총 베레타만 있으면 이 씨는 어디서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했다.

"30년 넘게 사냥을 해왔지만 매번 팽팽한 긴장으로 새롭죠. 사냥견이 목표물을 발견한 후 포인트(사냥견이 목표물을 발견하고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자세)하면 숨막히는 긴장감이 몰려옵니다. "

친구 따라 안동에 요양차 수렵을 왔다는 임정택(70·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씨. "들을 헤매도 바짝 긴장을 해서 그런지 하나도 추운 줄을 몰라. 걷는 양도 많고, 깨끗한 공기도 마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라며 활짝 웃는다. 대상을 포착하고 총을 겨누는 과정에서 판단력과 집중력, 인내력도 생긴다고 했다.

"내년 3월,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서울로 돌아갈 겁니다." 임 씨는 아예 임동에 숙소를 잡고 겨울이 끝날 때까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냥을 하려면

▷총=가격이 많이 하락해 200만~300만 원 정도면 성능이 꽤 괜찮은 엽총을 구입할 수 있다. 중고는 70만~80만 원. 이탈리아제 베레타와 벨기에제 브로윙을 많이 찾는데, 4~5년 전부터는 터키제도 인기다. 중·저가 제품으로 120만~150만 원이면 쓸 만한 것을 살 수 있다. 물론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주문형 총을 구입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안동 아세아총포사 김홍일 대표는 "총과 탄띠, 사냥복, 사냥화를 합쳐 200만 원 정도면 수렵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사냥개=총만큼이나 중요하다. 잡목 사이 숨어있는 사냥꺼리를 발견해내는 것부터 날짐승을 날아오르게 하고, 총에 맞은 것을 물어 주인 앞에 가져다 놓는 것까지 큰 몫을 담당한다. 또 앞장서서 활기차게 걸어가는 모습이나 사냥물을 발견해 총알처럼 뛰어가는 모습은 엽사를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사냥감에 따라 종류가 많고 좋은 품종의 경우 가격이 수천만 원을 웃돈다.

꿩이나 비둘기 등을 사냥하는 데는 주로 포인터를 데리고 간다. 겁이 많아 사냥감을 직접 잡지는 못하고 위치를 알려주기만 하는 특성이 있어 날짐승 사냥에 적합하다.

풍산개나 진돗개 등 맹견과 잡종견은 멧돼지 등 사나운 짐승을 잡는데, 세터는 노루 등을 사냥하는데 사용한다. 몸집이 작은 브레타니는 다른 사냥개와 달리 물속에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아 오리 사냥에 적합하다.

재미난 점은 수렵현장에서 사냥개가 사냥감을 발견하고 포인트를 해줘도 엽사가 잡지 못하는 일이 잦으면 사냥개가 더 이상 수색을 하지 않는다는 것. '땡포'(총을 잘 쏘지 못하는 엽사)는 사냥개에게까지 망신을 당하는 셈이다.

▷수렵장 이용법=엽구(엽총·공기총)별, 기간별 사용료를 시·군에 납부해 포획승인을 받으면 된다.

사용료는 전체 조수 포획이 가능한 적색포획승인권은 20만·40만 원, 멧돼지가 제외되는 황색승인권은 15만·30만 원, 조류만 포획이 가능한 청색승인권은 13만·20만 원 등이다. 적색포획권의 경우 멧돼지와 고라니는 넉달 동안 3마리까지, 조류는 하루 5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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