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신용보증재단 대회의실에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소기업·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성공사례 공모전'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 것. 소상공인진흥원과 전국신용보증재단연합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우수창업과 경영모델을 발굴하고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가 첫 회. 이 시상식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소상공인들을 제치고 대구에서 2명의 소상공인이 각각 최우수상과 입선을 수상했다. 과연 그들의 성공 노하우는 뭔지 얘기를 들어봤다.
"식당 경영도 회사 경영처럼"
★최우수상 수상한 김남영 강남복어 대표
"우리 식당은 일반 회사와 같이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이 점이 점수를 좀 딴 것 같습니다." 이번 수기 공모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남영 강남복어 대표는 식당들도 더 이상 단순한 운영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아릴 수 없는 식당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와 같은 체계적인 경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김 대표의 경영 관리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고객관리와 직원관리, 메뉴가 그것이다. 그의 고객관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 대표는 한차례라도 찾은 손님들의 인적사항을 적은 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맞춰 축하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낸다. 단골손님에 한해서는 직접 직원들과 함께 그들의 사무실이나 가정으로 찾아가 선물이나 꽃다발을 건네기도 한다. 벌써 그런 혜택을 본 손님들이 4천 명이 넘는다. 또한 구두닦이로 분한 김 대표의 정성도 이 지역에선 소문나 있다. 2003년부터 김 대표는 현관 앞에서 손님들 구두를 닦아준다. 김 대표는 단지 카운터만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민하다 구두닦이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손님들 구두에 있는 먼지를 터는 정도였지만 조금씩 손에 익어 광을 내는 수준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초창기에는 무척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손님들도 적잖았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하루에 100켤레도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고객관리도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달부터 시작한 서비스는 찾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물고기나 천사 모양의 풍선을 선물하는 것. 복어가 어른들이 즐기는 음식이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가족 단위라 아이들에게 뭔가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이런 서비스가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 관리와 맛 관리도 소홀하지 않는다. 친절서비스 교육업체와 손을 잡고 두 달에 한 차례씩 직원교육을 빼먹지 않는다. 또한 주방을 맡고 있는 부인을 영남외식컨설팅의 음식교육에 참가시키기도 한다. 김 대표는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들의 지적도 항상 귀를 기울이면서 수시로 직원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김 대표의 노력으로 5년 전 시작할 때보다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 젊은 시절 수차례 식당을 차렸다 실패를 맛 본 그이기에 흐뭇함은 남다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절대 안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식당이 장사가 잘 될 때 보면 그 상황에 안주해 돈 벌기에 신경 쓰다 추락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매출이 오르면 그 만큼 투자와 관리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광고 틈새시장 '천수답 영업'
★입선 받은 이해봉 (주)봄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왜 똥통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나." 이번 수기 공모에서 입선을 차지한 이해봉 (주)봄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광고 대행을 시작하던 지난 2004년 초 이 업종 사장들에게 들은 첫 마디다. 그 만큼 대구의 광고 시장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향후 우리나라 산업은 제조업보다 콘텐츠나 서비스 쪽으로 옮겨갈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잘 나가던 LG를 과감히 나온 주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10년 동안 LG에 다니는 동안 한 차례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미래를 보고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침 처남이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고 있는 터라 같이 광고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초창기 자본이 많이 부족한 때 그는 우연히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 자금을 지원하는 사실을 알고 1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 광고대행도 소상공인 지원 아이템에 포함된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소상공인 지원이 결국 그의 시작에 큰 밑거름이 된 것이다.
침체된 지역의 광고시장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이 대표가 선택한 것은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어차피 규모가 큰 광고는 대형사에서 가져간다는 판단에서였다. 규모가 큰 건설이나 유통 쪽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영상 쪽으로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 대표는 깨달았다. "한 지인이 저보고 '천수답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그때 행사가 있을 때만 바짝 영업을 한다는 뜻이었지요. 그의 말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인적 자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대표가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인적 네트워크다.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 회사 규모가 그렇게 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실은 상당 부분 다졌다고 생각하죠. 인적 네트워크를 꾸준히 쌓은 덕분이지요."
신뢰를 쌓아온 인적 자산은 올해 초 같이 일하던 직원들의 반이 나가는 위기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대표는 "3명의 직원이 그만두었을 때 방향성에 대한 회의를 느끼면서 큰 좌절감을 느꼈지만 기존 거래업체들이 디자인이나 시장 쪽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었다."고 되뇌었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와 빼닮았다.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자율 경영. 그 만큼 직원들의 교육도 철저하다. 이 대표는 "수시로 관련 교육이 있을 때마다 자꾸 직원들에게 참가하라고 종용하고 지원한다."고 말했다.
10년 안에 대구의 광고대행 시장에서 우뚝 서고 싶다는 이 대표. 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당당한 포부가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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