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여는 세계불가사의 1·2·3/이종호 지음/문화유람 펴냄
1922년 투탕카멘을 발굴한 카르나본 경은 공교롭게도 투탕카멘의 얼굴에 나 있는 상처와 똑같은 부위를 모기에 물려 세상을 뜨고 만다. 무덤에 손을 댄지 약 5개월 후의 일이다. 그후 투탕카멘을 조우했거나 그의 유물을 보관했던 많은 사람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파라오의 망령이 되살아나 그들에게 저주를 내린 것인가?
세상에는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이 존재한다. 선박이나 항공기들이 변변한 신호조차 보내지 못하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버뮤다 삼각지대, 이스터 섬의 거대 석상, 땅에 새겨진 나스카 문양, 피라미드···.' 우리는 이런 특별하고 신비한 현상들을 단순히 '불가사의'라는 말로 단순화해버린다. 외계인이나 미지의 초자연적인 힘을 끌어들이면 쉽게 설명되기 때문이다.
책 '세계의 불가사의'는 단지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런 현상들을 상상의 세계에서만 머무르는 나태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간 지식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가사의라고 부르는 현상들은 외계나 신의 힘을 도입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짊어질 짐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언제나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 왔고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의문이었던 수수께끼들을 하나씩 풀어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는 '불가사의'라는 신과 미지의 수수께끼에 도전한 인간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파라오의 저주'는 조작이다(?). 불가사의에 대한 도전은 발굴작업에 관련된 1천500여 명 가운데 10년 이내에 사망한 사람은 21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들의 사망 원인이 발굴 시 일종의 미생물 감염으로 인한 죽음이었다는 주장도 이끌어 냈다. 또 당시 세계 각국의 언론사와 카르나본 경 사이의 복잡한 이해 관계가 전설을 부채질한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더한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실종사건 또한 대부분이 증거불충분에 의한 오독이거나 왜곡과 은폐로 인해 고의적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지역의 교통량을 볼 때 그다지 많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불가사의' 현상들이 과학적 도전 등을 통해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는 미지의 힘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지식이 또한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은 의문에 대한 숱한 도전 속에서 발전했고, 그 노력을 통해 인간의 지식은 더욱 확장되었다. 저자는 불가사의에 대한 접근이 신비주의와 과학 만능주의를 모두 경계하며 열린 마음으로 엄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야말로 전설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풍부한 자료로 검토하며 역사 속 판타지를 위한 새로운 여유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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