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산·산·산-(3)채광·채석장 "피해는 주민몫"

입력 2005-07-13 11:03:39

채광, 채석장을 둘러싸고 업자와 주민 간 마찰이 빈번했지만 그때마다 주민은 '패자'였다.

◇주민 피해 1

5일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 못골. 30년 전 마을 뒷산을 채석장으로 내주고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곳이다. 권상국(88) 할아버지는 벌겋게 충혈된 눈을 쑥 뜸으로 치료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좀체 눈병이 낫지 않는다"며 "채석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때문"이라고 했다.

송무순(89) 할머니는 "황사가 심한 봄철에는 빨래도 널 수 없다"며 "폭파 때마다 집이 들썩거린다"고 채석장을 원망했다.

퇴직 후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황위락(61), 강상금(60) 부부는 "발파 충격으로 벽에 금이 가고 기와가 새서 집이 엉망진창으로 변했다"고 하소연했다. 부부는 "어차피 들어 온 채석장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먼지 제거 시설이라도 제대로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지난해만 일대 4개 채석 업체가 먼지 억제시설을 제대로 달지 않아 과태료 30만 원 및 경고 조치 등을 했고, 올해도 2개 업체가 똑같은 시정 명령을 받았다. 주민들은 "시에 민원을 넣는 일도 이젠 지쳤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주민들을 위해 동네 발전기금도 내놓았고 제방도 쌓았다"고 해명했다. 또 영덕군 병곡리 삼읍리 주민들은 마을 바로 위 2개 채석장을 오가는 대형 트럭들이 마을 안길을 통과해 먼지 등 각종 피해를 겪고 있다.

특히 채석장 토사가 마을 중간의 금곡천으로 흘러 내려 금곡천은 거의 메말라 버렸다는 것. 주민들은 "금곡천은 한때 은어가 노닐 만큼 물이 맑고 수량도 풍부했는데 석산 개발 이후 강이 말라 버려 은어는커녕 민물고기도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7개 업체가 시 외곽에서 채석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산 일대.

6일 남천면에서 만난 손영우(45) 이장은 "수십 년간 발파 소음과 진동, 먼지에 시달려 왔다. 마을 소하천은 수십 년간 돌가루가 쌓여 죽음의 계곡으로 변하고 말았다"며 "마을 어른들은 애초에 석산 개발을 막지 못한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경산 주민들의 채석장 불신을 더하는 건 불·탈법 채석 업체들로 용성면 한 채석장은 계열사인 레미콘공장에서 발생한 수천t의 오염 물질을 채석장 내에 불법 매립해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경산시 청소과 배정수 담당은 "또 이 채석장은 길이 200m에 이르는 구역을 무단 점유, 골재 야적 및 진입도로로 사용해 시가 원상복구 및 변상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했다.

◇소송

구미시 도개면 주민들이 '청화산'이라 부르는 곳에 채석장이 들어선 건 1991년. 분진, 소음, 진동 공해를 참다 못한 일부 주민들이 10여 년간 채석 허가 연장을 반대해 왔지만 법은 항상 '업자' 손을 들어줬다. 업자는 95년 행정심판에서 이겨 허가 기간을 1년 6개월 연장한 데 이어 지난 98년에는 행정 소송도 이겨 8년 6개월의 추가 연장 판결을 얻었다.

군위군 효령면 한 채석장의 경우 2002년 부도 난 이 곳을 인수한 업자는 대법원까지 가는 2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결국은 승소, 지난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군위군은 당시 환경오염, 주민 불편을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골재가 건설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대부분의 소송에서 "새 채석장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채석장을 활용하는 것이 국토 보존 및 환경오염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사회 2부 김성우·김진만·이희대·마경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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