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구미시 공단동에서 국내 최초의 연속중합 직접방사 공장 설립으로 국내 화섬산업의 신기원을 이룩한 뒤 지금까지 국내 최대 생산설비로 세계적 화섬사로서 입지를 다져 온 한국합섬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과잉 공급과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에다, 최근 고유가로 인한 원재료값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동식(70) 명예회장이 검찰로부터 회사돈을 빼내 유상증자 대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되자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합섬은 2003년과 2004년 자본금 50% 이상 잠식으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대상기업으로 선정됐으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받아 오던 중 지난 25일 타의에 의해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등 불상사가 이어진 바 있다.
한국합섬은 지난 2000년 미국 유니파이 사와 미국 소재 폴리에스테르 가연 사업부문 합작회사 설립 의향서를 체결할 때만 해도 기업활동 최고조를 보였다.
그러나 2001년 재무구조가 부실한 계열사 이화섬유 합병과 중국의 무리한 시설투자 등으로 모기업인 한국합섬이 자본 잠식까지 겪게 되면서 어려움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됐다.
3대 화학 합성섬유 중 하나인 폴리에스터 장섬유 원사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해 왔으나 원화가치 급상승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는 이른바 '신(新) 3고(高)'시대를 맞아 더욱 휘청거리게 됐다는 것. 특히 국제 원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테레프탈산(TPA)과 에틸렌글리콜(EG) 값이 해마다 30~40% 가까이 뛰어 올라 채산성을 도저히 맞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한국합섬을 비롯한 화섬업계들은 내수부진과 중국 제품의 저가공세 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고유가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한국합섬의 앞날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화섬업계는 사실상 위기상황이다.
금강화섬이 지난해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동국무역과 새한이 워크아웃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휴비스, 성안합섬, 제일화섬도 공급과잉 등 원인으로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
이처럼 국내 화섬업체 중 절반이 이미 사라졌거나 곧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가운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한국합섬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 주목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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