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한자-영조 왕비 간택 때 나눈 문답

입력 2005-05-30 11:05:37

何物(하물)이 最深(최심)고?

人心(인심)이 最深(최심)이니이다. 物心은 可測이나 人心은 不可測也니이다.

무엇이 가장 깊은가?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습니다. 물건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정순왕후의 현명한 대답

정순왕후는 15세의 나이로 66세의 조선 제21대 영조의 두 번째 아내로 들어갔다. 자신보다 열 살 위인 아들 사도세자와의 불화로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었으며, 순조 즉위 후 수렴청정을 하며 스스로를 여자 국왕이라 칭하였다. 다음은 정순왕후의 *揀擇(간택)에 얽힌 *逸話(일화)이다.

영조의 첫 번째 부인인 정성왕후가 세상을 뜨자, 왕비를 다시 맞아들이게 되었는데 당시 왕비 후보는 10명이었다고 한다. 드디어 간택의 날. 여러 양반가의 처녀들이 선을 보기 위해 궁녀가 안내하는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방석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처녀들의 아버지 이름이 쓰여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영조가 신하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앉아 있는 여러 처녀 가운데 어찌된 일인지 김한구의 딸만이 앉아 있지 않고 서 있었다. 궁녀들이 다가가서 서 있는 규수의 귀에다 대고 재촉을 하였으나, 그 처녀는 여전히 서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영조는 직접 물었다.

"그대는 어디 몸이라도 불편하여 앉지를 못하는고." 이렇게 임금이 묻자, 그 처녀는 궁녀에게 가만히 귓속말을 하였다. "아무리 간택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방석 위에 어버이의 성함을 써놓았으니 그것을 어떻게 깔고 앉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 말을 임금께 아뢰자, 영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다시 간택이 진행되었는데 영조가 규수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넘기 힘든 고개가 무슨 고개인가?" 대부분의 처녀들은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등 높은 산의 이름을 말하였다. 그러나 김한구의 딸은 '보릿고개'라고 답을 했다. 이유를 묻자, "봄에 곡식이 떨어져서 보리가 나올 때까지 배고픔을 참고 넘어야 하는 고개인 보릿고개가 가장 힘들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영조의 질문이 계속 되었다. "그대들은 무슨 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가?" 이번에도 다른 처자들은 '매화'국화'모란'연꽃' 등 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들었다. 그런데 김한구의 딸은 다른 말을 하였다.

"목화가 가장 좋으니, 옷을 지어 온 백성을 입힙니다." 영조가 다시 묻기를 "무엇이 가장 깊은가?"라고 하자 대부분의 처녀들은 '산' '물'을 들었으나 김규수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습니다. 물건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답을 하였다.

@한자풀이

* 最(최) : 가장

* 深(심) : 깊다

* 測(측) : 헤아리다, 재다

* 也(야) : 어조사

* 揀擇(간택) : 1. 분간하여 고름 2. 왕이나 왕자, 왕자의 배우자를 고르는 일

* 逸話(일화) :(어떤 사람이나 어떤 사건에 관련된)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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