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밭 개똥밭에는 쑥이 참 잘도 크는데요
빈 손에 쑥대머리라고 핀잔만 주는데요
돌절구 쑥물 한 대접 오장이 다 편한데요
내 새끼 쑥쑥 자라 돈 많이 벌면요
날마다 쑥설쑥설 쑥덕공론 천지라도요
쑥대가 왕대보담도 못할 게 뭐 있나요
저 양반 쑥스러워 내 눈을 외면해도요
왕년에 쑥버무리 안 먹고 큰 놈 있나요
자줏빛 쑥부쟁이꽃 첫사랑도 숨겼지요
부황 든 도시마다 쑥대밭이 됐지만요
팔 뻗고 허공으로 쑥떡 한 개 먹이고요
등창 난 세상 물어서 쑥뜸질을 놓습니다요
최영효 '쑥'
열두 행 끝이 모두 '요'로 끝나고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제목까지 포함해서 '쑥'이라는 말이 열여섯 번이나 나온다.
이 점 역시 의도적이다.
네 수를 한 연으로 한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쑥을 통해 삶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데가 없고 그대로 읽히며, 되풀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자연 회복 의지, 혹은 끈끈한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마지막 수에 와서 잘 승화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이 시편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정형 안에서 이와 같은 실험은 매우 뜻 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다.
이정환(시조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방탄 유리막' 안에서 유세…대선 후보 최초
'TK 지지율' 김문수·이준석 연일 상승세…이재명은?
국힘 의원들 '뒷짐', 이미 끝난 대선?…"득표율 공천 반영 필요" 지적도
1차 토론 후 이재명 46.0% 김문수 41.6% '오차범위 내'
전한길 "은퇴 아닌 사실상 해고…'좌파 카르텔'로 슈퍼챗도 막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