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일기쓰기 지도 이렇게

입력 2005-04-11 10:51:22

영어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한다거나 외국 유명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영어 일기를 꾸준히 썼다고 입을 모은다. 책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들은 옳거니 하면서 자녀에게 영어 일기 쓰기를 닦달한다. 그렇다고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쉽게 적응할 리 만무하다. 영어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영어 일기 쓰기에 어떻게 흥미를 붙이고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 지 충분히 알아본 뒤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쉽게 시작하라

영어 일기를 쓰면 영작 실력이 쑥쑥 늘 것으로 기대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영어 일기 쓰기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지면 학생들은 이내 싫증을 낸다.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학생이라도 간단하고 쉬운 문장 하나를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영어 문법이나 문장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는 단어를 나열하다 보면 영어도 아니고 우리말도 아닌 해괴한 문장이 나오기 일쑤다.

두려움을 갖고 일기 쓰기를 시작하면 어렵기 짝이 없지만 자신이 아는 문법과 단어를 활용하는 수준부터 시작하면 못 해낼 일도 아니다. 처음에는 간단하고 쉬운 문장부터 쓴다. like, study, play 등과 같이 쉬운 단어로 쓸 수 있는 평범한 문장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 날씨가 어땠다,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배웠다, 학원에는 언제 다녀왔다 등을 나열하는 식의 일기가 익숙해진 뒤 특별한 일이나 사건, 느낌 등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조차 쉽지 않다면 그날 있었던 일 가운데 기억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뒤 설명하는 문장 몇 개를 쓰는 그림일기부터 쓰는 것도 좋다. 처음부터 학교나 집에서 있었던 특이한 일이나 감정적인 표현 등을 나타내라고 하면 쓰기 자체가 어려워진다.

▲고치는 데 매달리지 말라

쓰기 실력이 어느 정도 된다고 해도 일기를 쓰면 철자나 어법이 틀린 곳이 여럿 나오는 게 보통이다. 남의 나라 말인 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쉬운 단어나 표현조차 틀리기 쉽다.

이럴 때 틀린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떻게 고치라고 말해 주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이 역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범위에서 진행해나가야 한다. 틀리는 것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틀린 것을 고쳐쓰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영어 일기는 결코 지속되기 어렵다.

틀린 표현을 겁내는 아이에게는 '문희의 그림일기'(myhome.naver.com/moonheek)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하게 하거나 '지예의 영어 일기' 같은 교재를 구해 예문을 충분히 읽은 뒤 따라쓰면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학습과 병행하라

일기는 매일 쓰거나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반복해야 하는 글쓰기다. 간단한 문장들을 나열하는 것도 며칠만 지나면 한계에 이르고 만다. 쓸 말이 없어져 같은 표현만 되풀이하기 쉽고, 몇 가지 문형이나 표현에만 익숙해져 영어 실력 향상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일기에 쓰는 단어나 표현들을 풍부하게 하려면 읽기와 듣기 등의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림책이나 동화, 챕터북 등에 나오는 표현들을 일기 쓰기에 적용하게 하면 어렵지 않게 표현력을 길러줄 수 있다.

우리말 일기 쓰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식의 쓰기를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나 느낌, 그날 본 TV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게 쓰는 편지 등의 형태로 쓰다 보면 지루함도 덜 수 있다.

자연스런 쓰기의 전제 조건이 되는 영어식 사고 역시 일기 쓰기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어에 해당하는 단어와 문장을 영어 단어와 문장으로 대응시켜 전환하는 식의 글쓰기를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바꾸려면 꾸준한 학습이 필요하다. 조급함을 떨치고 읽기와 듣기, 쓰기와 말하기를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가운데 일기 쓰기가 병행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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