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협정 문서 일부나마 '공개는 잘한 일'

입력 2004-12-29 12:04:27

한국의 현대사에는 풀리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의문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이다. 당시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협정을 맺었으며 지금까지 협정 과정이 베일 속에 드리워져 있었고 온갖 의혹들이 난무했다. 40여년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해오다 마침내 내년 1월 일부를 공개키로 했다. 늧은 감이 있으나 퍽 다행한 일이다. 국민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의문투성이 과거사는 이렇게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게 순리다.

물론 물밀 듯 터지는 봇물 보상요구나 한일(韓日)외교관계 등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이번 한일협정 체결 문서의 공개에 따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거나 북한과의 수교에 악재로 작용할까봐 공개를 꺼렸던 일본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그보다 공개됨으로써 얻어지는 '당위(當爲)'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뢰를 쌓는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있을 수 없다.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일제강점 피해자들의 소리와 정부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는 일이다. 13년을 넘게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해 기네스북에도 오른 일제종군위안부 생존자들과 사망사실이라도 확인해 달라는 유족들의 함성을 여전히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문서공개는 또 다른 분란만 일으킬 뿐 의미가 없다. 문서공개에 따른 잘잘못이 가려지면 거기에 부응하는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들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각종 일제강점기의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3년을 끈 소송이 3심까지 그치면서 패소했다. 여기에 한일협정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과거사 규명은 중요하다. 과거에 당당한 정부는 미래에도 당당하다. 이는 새로운 한일관계에도 어김없이 적용됨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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