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없다…비쌀수록 잘 팔려"

입력 2004-12-25 11:31:38

수입차·고급가전, 불황속 성장세 두드려져

불황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밝힌 '소비자동향조사'결과 소비동향지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체감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수입외제차와 프리미엄급 가전제품 등은 불황이 없다.

수입차 판매는 지난 87년 외제차가 수입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 11월 이미 연간 판매대수 2만 대를 넘어섰다. 이미 올 들어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15.1% 증가한 데 이어, 불황의 골이 깊어진 하반기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 18.8%나 성장했다.

평면디스플레이(PDP) TV와 드럼세탁기, 고급냉장고 등 프리미엄급 고급 가전제품 판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덩치만 큰 백색가전제품은 백화점 가전코너에서 구석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자취를 감췄고, 대형할인점에서도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의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외제차와 고급 가전제품 등 고가 내구재시장에서는 불황이 길어질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소비계층의 소비는 불황에서 한발 비껴있는 셈이다.

△불황 모르는 수입차판매= 지난 11월 등록된 수입차는 2천17대로 전달의 1천931대에 비해 4.5% 늘어났다. 하반기 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다. 12월에는 수입차업체의 할인행사 등 공격마케팅 등으로 인해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총 판매대수는 2만3천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11월 35대 등 올 들어 모두 367대가 팔렸다.

브랜드별로는 BMW(BMW코리아)가 4천998대(11월까지 누계)로 렉서스(토요타 4천766대)를 누르고 베스트셀러카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벤츠(메르세데스 벤츠)가 2천865대로 3위, 크라이슬러(다임러 크라이슬러)가 1천525대로 4위 순이었다.

특이한 것은 지난 5월 국내시장에 진출한 혼다코리아가 두 달 연속 판매 3위를 차지하면서 누적순위에서 5위를 차지한 것이다. 토요타자동차와 함께 일본차의 국내시장 판매강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관계자는 "11월 수입차 등록은 신차효과와 다양한 금융프로모션 등 마케팅에 힘입어 전달에 비해 증가했으며 연간 판매대수가 사상 처음 2만 대를 돌파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수입차 판매에 대해 KAIDA 측은 다소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예상치인 2만3천 대보다 15% 정도 증가한 2만6천500대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KAIDA는 "전반적인 경기부진과 내수 침체 등의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신규 브랜드 진입과 적극적인 마케팅의 영향으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06년 3만2천 대, 2007년 3만7천 대, 2008년 4만3천 대, 2009년 4만9천 대 등으로 향후 5년간의 판매예상치도 내놓았다.

KAIDA 관계자는 "내년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신차 출시 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설 것"이라며 "수입차 시장이 양적성장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도 2002년 1.30%로 처음으로 1%를 넘어선 이래 올 상반기에 벌써 2.56%로 높아졌다.

배기량기준으로 수입차 점유율을 살펴보면 두드러진다. 3천cc급 이상 승용차 중 수입차 비율은 39.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 굴러다니고 있는 대형 승용차 10대 가운데 4대는 수입차라는 얘기다.

△수입차업계의 엄살= 물론 수입차업계는 수입자동차시장도 불황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 베스트셀링카가 렉서스 ES330가 3천300cc의 5천만 원대라는 점을 들어 최고급 사양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1천52대나 팔린 2위의 '렉서스 LS430'은 1억1천만 원에 이른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수입차업체들도 연말을 맞아 다양한 판촉행사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의 공식 수입사인 고진모터임포트는 12월 한달간 '뉴 비틀 카브리올레' 등 총 70대를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한정 판매하고 있다. 선수금 40%를 내면 나머지 할부 잔액을 36개월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프로그램이다. 'GM코리아'도 사브 9-5 (리니어, 아크, 에어로 3종) 구매 고객에게 차량판매가격의 30%에 해당하는 선수금만 내면 차량인도가 가능한 48개월 무이자할부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푸조'공식판매사인 '한불모터스'는 내년 1월말까지 2004년 206CC, 307CC 모델에 한해 등록세와 취득세를 전액 지원하며 스키 및 러기지 캐리어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스포츠 세단인 링컨 LS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최고 900만 원까지 할인해주는 연말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전국 8개 전시장에서 실시한다.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의 급신장= 전반적인 가전제품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는 급신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DP TV와 LCD TV, 드럼세탁기와 양문형 냉장고, 고급형 김치냉장고 등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중저가형 가전제품의 판매가 급감하는 반면 프리미엄급 제품의 판매는 늘어나, 전형적인 불황기 소비패턴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웰빙'바람에 힘입어 고가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기능성 프리미엄제품에 대한 욕구가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TV 매출 중 디지털TV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차지할 정도로 판매 비중이 바뀌었고 LG전자도 프리미엄급 TV 매출이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도 삼성전자의 드럼세탁기 판매는 지난해 전체의 51%에서 올해 65%로 크게 높아졌다. LG전자도 드럼세탁기 매출 비중이 58.7%에 달했다. 양문형 냉장고 역시 LG전자의 경우 전체 냉장고 매출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고 대우일렉트로닉스도 5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도 56%를 차지하는 등 프리미엄제품이 절반을 넘어섰다. 하우젠(삼성)과 디오스(LG) 클라쎄(대우) 등 이른바 명품급 가전제품에 대한 가전업체들의 공격적 차별화한 마케팅 역시 이 같은 소비형태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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