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겨울나기 막막…냉방서 '오들오들'

입력 2004-12-23 14:17:21

"올 겨울이 따뜻하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추운지…"

22일 오후 송모(71·서구 비산동)할머니 집 방문을 열자 싸늘한 냉기가 먼저 손님을 맞았다.

송 할머니는 2평이 채 안 되는 좁은 방에서 인근 공장에서 얻어왔다는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다.

방금 라면을 끓여먹었다는 밥상 위 가스버너는 벌써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점퍼를 입고 목도리까지 두른 할머니는 "정부보조비로 50만 원 남짓 받는데 한 달치 보일러 기름값이 15만 원"이라며 "기름값이 올라 새벽에 잠깐씩만 켜는데도 벌써 바닥이 보인다"며 혀를 찼다.

올 들어 난방유 가격이 오르면서 빈곤층 주민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막막해졌다.

월 8~10만 원 정도 들어가는 도시가스조차 들여 놓을 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골목동네' 사람들은 '혹한의 겨울'을 나고 있다.

대구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겨울 난방유(실내 등유)가격은 200ℓ 들이 한 드럼당 15만2천2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13만 원에 비해 15%가량 올랐다.

한 가정에서 겨울을 나는 데는 2~3드럼의 기름이 필요하다.

ㅂ석유 관계자는 "3만 원이든 5만 원이든 돈 만큼 넣어달라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외상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홀몸노인'인 이모(73·남구 대명동) 할아버지는 22일 오후 고물행상을 하며 주워 온 전기장판을 깔고 있었지만, 냉기가 감도는 방에서 막 선잠을 깨 있었다.

이씨는 "월 정부보조금 20만 원으로 월세 10만 원을 내고 나면 기름 살 엄두도 못 낸다"며 "연탄 보일러로 바꾸고 싶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지난해 겨울 들여놓은 기름을 여태 쓰고 있다"며 점점 '0'에 가까워지는 보일러 눈금을 막막하게 바라봤다.

저소득층에게는 매월 생계·주거 지원만 있을 뿐 별도의 난방비 예산이 없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홀몸노인뿐 아니라 소년·소녀가정, 저소득 장애인 가정 등에도 현실화된 난방비 지원을 못 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독지가들의 도움도 줄어 체계적인 사회안전망 보강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