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주민 '대구 원정재판' 고생 끝!

입력 2004-12-22 12:16:32

'코앞에 법원을 두고 왜 대구까지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까?"

대구지법 포항지원관할확대추진위원회(위원장 최무도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이하 확대위)가 최근 국회와 대법원에 '포항지원관할확대' 청원서를 제출했다. 향후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원 이유

확대위의 주장은 모든 항소심을 포항으로 이관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포항·영덕·울진·울릉군지역 행정관련 사건과 포항·영덕지원에서 재판한 형사단독 및 민사단독 2심 재판을 포항지원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는 행정사건과 포항·영덕지원의 1심 판결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항소하면 본원인 대구지법이 2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

행정사건(영업정지처분취소소송, 세금부과처분취소소송, 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소송 등)의 경우 소송 상대가 포항에 있는 기관들인데 왜 대구본원에 가서 1심 재판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 직제상으로는 행정사건은 행정법원이 대구 본원밖에 없어 대구까지 가지 않으면 재판을 받을 수 없다. 포항·영덕지원의 1심 단독재판부가 판결한 사건의 2심 재판도 대구지법에서 받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포항지원에 2명의 부장판사가 재직하고 있는 만큼 포항에서 이 항소심을 재판해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

현재는 포항·영덕지원의 단독판사가 재판한 민·형사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되면, 대구지법 민·형사 합의 재판부가 2심을 관할하고 있다. 금태환(51) 포항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재판을 받는데 있어 주거지에 따라 과다한 시간, 비용, 노력을 들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을 해치는 것"이라며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재판 관할 확대 청원은 당연한 권리 주장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측면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 경찰서, 세무서, 근로복지공단 등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사건은 연간 100여건에 달한다. 형사단독사건은 포항지원 900여 건, 영덕지원 150여 건이고 민사단독사건은 포항지원 300여 건, 영덕지원 60여 건이다. 따라서 연간 1천500여 건의 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주민들이 대구로 다녀와야 하는데 따른 제반 경비와 변호사 수임료 등을 감안하면 연간 50여억 원 이상이 역외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지역경제계는 보고 있다.

◇법조계 논란

법조계 일각에서는 행정사건은 전문성을 가진 법관이 재판하여야 하며 항소심 경우 지원으로 분산하면 법령의 해석 통일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고, 좁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원 판사들이 서로 모두 알고 지내기 때문에 서로의 판결을 깨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포항지역 주장에 반대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확대위는 "판사의 인사가 본원과 지원으로 순환 보임되고 있는데다 지원이 담당한다고 해서 법령의 해석이나 양형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인습적인 사고에 젖은 태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포항의 김연증 변호사는 "지역실정에 어둡거나 지역사정과 크게 유리된 재판이 오히려 설득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릉지원의 선례

항소사건을 담당하는 지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강릉지원이 유일하다. 확대위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강릉보다 포항이 더 크고 사건 또한 많은 점을 고려할 때 행정사건과 항소사건을 이관 못할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포항지역 법조계는 "항소심 재판부를 2,3개 정도만 포항에 설치하면 포항지원에서 행정사건과 항소사건을 충분히 다룰수 있다"면서 "지방 분권은 행정권력뿐만 아니라 사법권력에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지원 관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원조직법 규정 가운데 '지방법원 본원은 항소사건을 관할한다'로 되어 있는 조항을 '본원 및 지원 관할'로 바꾸거나 강릉지원의 예처럼 예외조항을 삽입하면 가능하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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