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있는 겨울바다 구룡포

입력 2004-12-22 11:58:11

겨울이면 들뜨는 곳이 있다. 갯내음 물씬 풍기는 구룡포가 그렇다. 이 때면 제철을 만난 대게와 오징어, 과메기가 눈에 밟히고 발에 치이면서 '돈'이 돌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들을 향해 구룡포는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나머지 추억은 알아서 만들어 준다면서…대구~포항 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무작정 차를 몰아 1시간 이내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 돼버린 구룡포. 동해 바다의 절경을 간직한 항포구의 하나다.

▩구룡포 여정

비릿한 갯내음을 흠뻑 들이마시며 마을 곳곳을 거닐면 덕장에서 여물어 가고 있는 과메기와 오징어가 구룡포에 겨울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부지런한 여행객이라면 아침 일찍 열리는 대게 위판 광경도 볼 수 있다. 동해 먼바다와 일본 오끼군도에서 갓 잡아올린 펄떡이는 대게가 아침이면 구룡포수협 위판장에서 발그레한 배를 드러내 놓고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덤으로 경매사들의 현란한 손놀림과 중매인들의 보이지 않는 입찰경쟁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구경거리다. 여기다 운이 좋으면 다리가 떨어져 상품성을 잃은 대게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행운도 누리게 된다.

낚시장비를 챙겨 왔다면 방파제로 나가 두어 시간 낚시를 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한창 벵에돔이 몰리면서 제법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도 있지만 못 낚아도 그저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한 해를 뒤돌아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포구를 한바퀴 휘돌고난 뒤 배가 출출하면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제철 만난 과메기를 초고추장에 듬뿍 발라 한 입 가득 먹는 맛도 일품이다. 고래수육이나 고래국밥을 먹어 보는 것도 별미일 것이다.

부른 배를 가라앉히기 위해 해안도로 뒤쪽 골목길에 줄져 선 일본식 적산가옥과 산등성이에 비스듬히 자리 잡은 구룡포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구룡포파출소가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일본식 적산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아픈 과거의 한 단면이지만 일본인들의 당시 생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지금은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서 신식건물로 대체돼 몇 채 남아 있지도 않지만 그래도 일본식 적산가옥을 원형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전국에서 구룡포가 손에 꼽힐 것이다.

인접한 70여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구룡포공원이 나온다. 공원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모습이지만 이곳도 당시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이다. 공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어머니 품에 안긴듯한 구룡포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망졸망한 어선들이 들고나며 부지런히 움직이며 어선을 따라 갈매기가 춤을 추는 모습과 더러는 바닷물에 머리를 처박은 후 물고기를 낚아채 유유히 하늘로 솟구치는가 하면 한가로이 돛대에 앉아 육지를 바라보는 녀석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구룡포는 사람과 어선, 갈매기가 한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다.

▩특산품축제

해맞이를 위해 연말쯤 구룡포를 찾는다면 구룡포 특산품 축제도 즐길 수 있다. 오는 2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새해 1일 아침까지 3박4일 동안 구룡포방파제 일대에서 다채로운 축제행사가 열려 이 시기를 맞추면 축제와 해맞이를 동시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

구룡포지역 6개 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구룡포 특산품축제는 이 지역의 대표적 산물인 대게와 과메기, 오징어 등 특산물을 소개하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축제 한마당이다. 29일 해병대 의장대의 거리 퍼레이드와 저녁 불꽃 놀이로 시작되는 전야제부터 새해 아침까지 어촌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30일 오전에는 개막식에 이어 과메기 껍질 벗기기와 엮기, 먹기 등 과메기 한마당이 펼쳐지며 오징어 활어 썰기 경연도 열린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31일에는 인기 연예인 초청, 경로잔치와 국악공연, 장기자랑, 중국기예단공연 등 볼거리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며 전 참여객과 함께 새해맞이 기념으로 시루떡 절단과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희망찬 을유년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드디어 새해 1일에는 붉게 떠오른 태양을 보며 한 해의 소망을 적은 쪽지가 담긴 1천 개의 오색 풍선을 날려 저마다 소원을 빌게 된다. 이어 구룡포 앞바다에서는 새해를 축하하는 어선들의 해상퍼레이드가 펼쳐지며 축제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름만 들어도 아릿함이 묻어나는 구룡포는 바다가 그리운 사람과 한 해 동안 삶과 부대끼며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말 없이 찾아와 묵은 것들을 훌훌 털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기에 썩 잘 어울리는 곳 중 하나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가는 길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를 이용, 포항 시내로 들어온 뒤 통일로와 형산 대교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20여 분쯤 달리면 구룡포로 들어가는 병포삼거리가 나온다. 병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바로 구룡포읍내와 포구를 만날 수 있다(참조:www.sunrisei.co.kr).

◆묵을 곳

인터넷(www.sunrisei.co.kr)에서 숙박정보를 찾으면 100여 곳의 민박과 여관 등 숙박시설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연말의 경우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