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1943년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어른들을 위해 바친 동화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다른 별에서 온 이상한 소년(어린 왕자)을 만나 어른들이 얼마나 삭막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가를 깨닫게 되는 줄거리죠.
특히 소설 속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유명합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고 사랑을 준다는 의미라고 여우가 가르쳐주죠.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200자 원고지 4장 내외로 써 봅시다.
1. 우리는 '관계'의 의미를 잊어버린 채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소홀히 여기고 삽니다. 가끔은 엄마가 내게 베푸는 사랑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 소중함을 잊은 채 갑갑함을 느끼거나 불평을 터뜨리기도 하죠. 혹시 "엄마, 제발 나 좀 내버려둬! 내게 간섭하지 말아 줘!"라고 이야기했던 적은 없었나요?
2. 처음 친구를 만나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은 교감의 시작입니다. 내게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요? 그와 가까워진 계기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3. 어린 왕자의 장미꽃처럼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고 의미 없지만 내게는 정말 소중한 '무엇'이 있나요? 왜 소중한지 한번 설명해 볼까요?
4. 소설 속의 내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을 나는 어떻게 봤나요? 내 친구, 내 부모님은 어떻게 봤는지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마치 어린이는 음악의 모든 음을 소화할 수 있지만 듣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소수이고, 어른은 듣고는 싶지만 모든 음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 마음의 눈이 닫혀버린다. 왜 그런 것일까? 그건 크면 커질수록 지식이 늘어나고 상식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정관념이 생긴다. 고정관념이 늘어나면 어른이 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신주호
△사람들은 태어날 때는 모두 같은 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에 따라 범선이 되어 '성공'에 도달하기도 하고, 조그만 보트가 되어 '성공'에 도착할 수도 있다. 점점 커가며 마음이 자라날수록 승무원들이 늘어나는데 그 승무원들에 따라 '실패'라는 쓴잔을 들이킬지도, '성공'이란 천국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곽규동
△우리 엄마도 여기에 나오는 어른과 조금 비슷하다.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고 무언가를 말하면 조금 길게 설명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과의 다른 점은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과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신다는 것이다. 우리 엄마뿐만 아니라 다른 엄마들도 우리 엄마와 같을 것이다. 고다원
△어른들은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고 아이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어른들을 따라한다. 그것을 멋으로 알고 똑같이 되지 않으면 소외되는 지금이다. 홍영찬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왜 그곳에 존재하는지, 왜 그때 존재하고 있는지 깨달아 가는 과정은 시험 쳐서 1등하는 것보다 한자시험에서 급수를 따는 것 보다 더 중요하고 인생의 존재를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다. 한진희
△이 책에서 나오는 어린 왕자는 버릇 또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난 조종사에게 무작정 양을 그려달라고 하는 것 또한 실례인데 거기다가 트집까지 잡았으니 말이다. 조종사가 그린 상자 대신에 나는 아마도 숲 하나를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가 양의 먹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보고 숲을 그려주면 먹이 걱정은 없다고 느꼈다. 박예지
△내 생각에는 아마 이 글에 나오는 어린 왕자는 이 책의 작가 자신일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소중한 것들을 마음속으로 짐작하는 내용을 만들어 내었고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손동언
대구 용지초교 6학년 학생들은 '어린 왕자'를 읽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남들을 좇아가는 어른들의 모습, 또 어른을 닮아 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반성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읽기에는 수준이 높은 탓이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학생의 글도 간혹 눈에 띄었다.
황명순 교사는 "삶의 본질을 잊은 채 획일적인 꿈을 꾸며 타성에 젖어 사는 어른들을 닮아가지 않겠다는 비판은 너무나도 신랄했다"며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의 비판력과 창의적인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음악'으로 아이와 어른의 차이점을 설명한 신주호 학생의 글이나 배와 승무원을 통해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비판한 곽규동 학생의 비유는 탁월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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