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문화유산-고령군 개진면 개경포

입력 2004-12-16 08:56:37

경북 고령군 개진면 개포 마을은 '개경포'라고도 불린다.

개경포는 '경전'(經典)을 풀어내린 나루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14세기 경기도 강화도에서 배를 통해 운반된 팔만대장경이 이곳 낙동강을 거쳐 해인사로 옮겨졌던 것이다.

이를 기념해 경남 합천군은 지난 2002년부터 개경포에서 팔만대장경 이운(移運)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신종환 대가야박물관장은 "개경포 주변 시롓골 산기슭에 개포동 관음보살좌상이 있으며 인근의 개진초등학교 터가 옛 절터로 알려져 있어, 팔만대장경의 이운에 승려들이 많이 동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개경포는 대가야 시대 이후 수운(水運) 요충지이기도 했다.

대가야 당시 개경포는 왜(倭)·중국과의 교역 루트였으며 이후 농산물의 주요 수송 경로였다.

규장각에 소장돼 있는 고령현 지도(1899년)를 보면 개경포 부근에 기와집으로 그려진 강창(江倉:강이나 하천 연변에 설치한 창고)이 그려져 있다.

개경포는 세곡, 진휼미, 군량미 등을 운송하는 수로 및 물류 중심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개경포에서는 옛 영화의 흔적을 찾아볼 길이 없다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수운 요충지로서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1980년대까지 개경포는 고령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장이었다.

많은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했으며,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웠다.

당시 어부들이 물고기를 날로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간 디스토마에 걸려 죽는 남자들이 많았다.

경제개발로 낙동강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고기잡이가 중단되고 또 80년대 초에 포구 주변에 제방이 조성된 뒤 지금은 단 한 명의 어부만 조그만 배 한 척을 띄우고 가끔 고기를 잡을 뿐이다

고령군은 개경포의 역사적인 중요성을 기념하기 위해 개경포 옆 공터에 개경포 공원을 지난 2002년 조성했다.

건교부도 최근 낙동강 수운재현의 프로젝터를 검토하고 있다.

개경포가 바다로 통하는 옛 수운 루트의 명성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사진: 팔만대장경의 이운(移運) 경로였으며, 수운(水運) 요충지였던 고령군 개진면 개경포. 그러나 지금은 옛 명성

만 간직한 채 고깃배 한 척만이 강 어귀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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