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일화-(20)담장 허물기(下)

입력 2004-12-15 17:47:19

원조 대구'시들'…타지역 되레'활발'

담장허물기 운동의 유래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시가 99년 5월 대구사랑운동의 중점과제로 채택,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3년 전의 일이다.

이 운동도 원조 논쟁이 치열하다. 서구청과 경상감영공원 중 어느 곳이 먼저 담장을 허물었는지 여부다. 서구청이 맨 먼저 담장을 허물고 화단, 분수대를 만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이의상 서구청장이 '구청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선거공약을 내놓은 후 구민들에게 구청을 개방하기 위해 담장을 허무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경상감영공원이 서구청보다 1년여 뒤져 97년 10월쯤 완공됐지만, 당초 계획보다 공사가 늦어져 1등 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문 전시장 측근의 얘기다.

"담장허물기사업을 착안하고 추진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시장의 발상이었습니다. 경상감영공원의 담을 먼저 허물었지만, 서구청 담장과는 공사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나 완공시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얼마 전 문 전시장을 만나니 다시 한번 그 말씀을 하시더군요."

어쨌든 대구시의 공식 기록으로는 서구청이 맨 먼저 시작한 것으로 나와있다. 그 다음 경북대병원은 96년 8월 2억원을 들여 벽돌담장 170m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소공원을 조성했다. 병원 이미지와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후 동산병원, 파티마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대거 동참하게 된다.

이 운동이 시민들에게 확산된 데는 김경민(42) YMCA간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그는 중구 삼덕동 자신의 집 담장을 허물고 30여평의 마당을 이웃에게 개방, 시민운동가로서 모범을 보였다.

그 후 99년 이후 대구에는 모두 327개소에서 15.8km의 담장이 없어지면서 7만7천평의 공원이 만들어졌다. 수성구 황금동에서는 김영화, 박두석, 이석호씨 등 3집이 나란히 담장을 허물고 '동네공원'을 조성했고 국가 1급 보안시설인 대구국제공항도 입구에 담장을 없애는 등 빛나는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요즘 담장허물기 운동이 다소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 이를 배워가고 있는데도 원조인 대구에서는 그냥 '시늉'만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 시장이 중점적으로 해오던 사업이라는 이유로 후임 시장이 이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내년도 담장허물기 사업의 예산도 예년보다 많이 줄어든 6억원에 불과하다. 좋은 정책은 계속 발전시켜 가는 것이 바른 행정이 아니겠는가.

박병선기자 lala@im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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