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 부모 마음-(5)컴퓨터 게임

입력 2004-12-14 11:46:08

*아이마음

"평일에는 2시간, 주말에는 10시간쯤 합니다."

"평일에는 7시간, 주말에는 9시간 하는데 이 정도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지난 10일 대구중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주로 남학생들이 컴퓨터 게임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여학생들은 게임보다는 세이클럽에서 친구들과 채팅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남학생들은 세이클럽을 켜놓고 채팅하면서 게임을 한다는 것.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팡야'라는 골프게임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3∼5학년 때 본격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시작해 새벽 4시까지 밤을 새울 정도로 많이 했지만 지금은 게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로 올라올 때쯤 컴퓨터 게임 때문에 부모님과 가장 많이 부딪힌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말로 하다가 나중에는 매를 들고, 그러다 안 되니 말씀도 안 하세요."

한 학생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하라며 부모님이 믿고 간섭하지 않으신다고 했고, 밤 9∼12시 학원 수업만 빠지지 않으면 그 전에 PC방에서 게임을 해도 괜찮다는 학생도 있었다.

"게임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부모님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게임이 친구를 사귀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학교, 학원에서 공부하며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많지 않은데 컴퓨터 게임을 통해 집에서도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고 영어, 일어, 한자 등 모르는 단어도 많이 알게 돼요."

하지만 한 학생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 노는 게 더 재미있다며 스스로 게임 시간을 줄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컴퓨터 채팅도 자꾸 하니 사용하는 말이 이상해진다는 것.

"부모님과 세이클럽에서 만나 식사했는지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부모님도 같이 하시면 좋겠어요."

*부모마음

시계 바늘이 오후 세시 반을 지나면, 초등학교 6학년 작은 아들이 숨가쁘게 달려와 책가방을 던지고 컴퓨터를 켠다. 옛날 어른들 말씀에 집에 꿀단지 감춰뒀나란 말이 있듯이 아이는 컴퓨터가 그렇게 좋은가 보다. 하긴 사십대 중반에 접어든 나 같은 아줌마에게도 컴퓨터는 정말 신기한 존재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조금 배워 겨우 컴맹을 탈출한 초보인 나는, 독수리타법으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속도이긴 하지만 친구에게 메일도 보내고 어떤 회사 소비자 상담실도 노크하고 여기저기 인터넷의 바다 속을 헤엄치며 그 위력에 놀라면서 조금씩 중독이 되어 가는 듯한데 하물며 한창 호기심 왕성한 아이에겐 굉장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곧이어 중학교 2학년짜리 큰 아들이 오면 작은 아이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자기들끼리 정한 규칙을 지키느라 애쓴다. 학교 과제물 때문에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오락만을 한 시간씩 허용해 주었더니 친구들에 비해 너무 시간이 짧다고 난리지만 그래도 약속대로 시간을 지키는 편이다. 한 시간이 되면 미련없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야 한다. 아이가 컴퓨터를 켜는 순간, 나는 얼른 아이 모르게 시계를 봐둔다. 간혹 아이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하면 그때 시계 바늘이 어디에 있었다고 주장하기 위함이다.

컴퓨터 화면에 불이 번쩍하며 현란한 색채로 명멸하는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악을 쓰며 게임에 열중하는 그 순간 아이는 마치 신들린 듯하다. 그럴 땐 저 애가 우리 아들이 맞나, 아니 무슨 귀신이 씌었나 싶게 무섭다. 공부를 저렇게 게임의 반만이라도 애착을 가지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들이 술이나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듯이 저네들도 시험이 끝난 후나 토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어울려 PC방도 간다. 난 아직 그 흔한 고스톱이나 게임 한번 안 해 봐서 그 심정을 모르겠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게임들이 내 눈엔 그게 그거 같고 매번 똑같은 것이 반복되는 듯 단조로워 보인다.

뭐든 기다리지 않아도 게임처럼 금방금방 되는 것들이 세상엔 많기도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인내심과 끈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잿빛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고 느끼며, 농부가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여 창고에 차곡차곡 쌓듯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 머릿속에 지혜로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경희(대구시 중리동)

김영수 기자

사진: 컴퓨터 게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대구중학교 학생들(왼쪽부터 윤다솔, 강구인, 최승환, 김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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