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짜리 문화회관이 놀고 있다(?)"

입력 2004-12-13 11:12:32

188억원을 들여 지난 10월 문을 연 달서구 장기동 첨단문화회관이 매월 1천만원 이상 적자를 내는 등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개관 이후 홍보가 안 된 탓에 대다수 주민들이 첨단문화회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게다가 택시기사들도 찾기 어려운 후미진 곳에 위치한 데다 버스 등 대중교통편은 아예 없다.

특히 회관으로 진입하는 도로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기존 콘크리트 포장 농로를 이용해야하는 형편이다. 또 인근 대로변에는 폐차장과 중고차판매업체, 중장비업체 등이 줄지어 서 있어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첨단문화회관이 뒤편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개관 2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첨단문화회관의 공연장 대관 수입은 600여만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공연을 유치해도 전체 450여석 중 200여석도 채우지 못해 공연기획사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 문화교양 강좌 역시 개관 초 70여개를 개설했지만 현재는 20여개 정도만이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도서실 역시 많아야 하루 100명 정도의 학생이 찾을 뿐이다.

현재 위탁경영을 하고 있는 수영장, 식당만 해도 매월 적자 폭이 1천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수영장 관계자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는 걸어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주변이 음산하다"며 "셔틀버스를 운행하지만 시내버스가 한 대도 다니지 않아 회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개관 당시부터 위치 선정이 잘못됐다', '진입도로나 시내버스도 없이 건물만 세웠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대구시가 장기공원 개발을 추진 중이고, 도로도 조만간 개설할 예정"이라며 "옛 활주로 주변에 조성되는 월배택지지구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장기공원이나 도로의 경우 계획만 세워져 있을 뿐이며 월배택지지구 역시 앞으로 택지조성 및 아파트 건립에만 몇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문화회관 맹의열 관장은 "개관 이후 당분간 흑자경영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시민 홍보와 함께 보다 알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서비스도 개선해서 조금씩 나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달서구청이 지난 2002년 8월 188억원을 들여 착공한 첨단문화회관은 대지 5천691평, 건축면적 1천876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로 공연장과 도서실, 컴퓨터실, 수영장, 식당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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