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NIE-동정면 활용하기

입력 2004-12-13 11:21:46

신문마다 사람들, 사람과 세상, 동정 등의 제목으로 지면을 운영한다. 매일신문도 하루 1, 2개 면을 '사람과 세상'이란 지면에 할애한다. 지면 제목이 말해주듯 이 면은 사람들의 기쁘고 슬픈 일, 좋고 나쁜 일 등 이런저런 소식들을 통해 세상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사람 삶과 세상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사 건수가 많고 크기도 들쭉날쭉해 NIE를 하기엔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에까지 접근할 수 있다.

◇지면의 성격

우선 내가 보는 신문은 어떤 제목으로 지면을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통칭해서 동정면이라고 부른다. 동정이란 국어사전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떤 행동이나 상황 등이 전개되거나 변화돼 가는 상태를 가리킨다.

지면을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한 내용의 기사들이 실려 있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유명 인사 혹은 주목할 만한 사람들의 근황을 알려주는 인물 동정에서부터 단체들의 다양한 행사, 기업이나 관공서의 인사 내용, 새로 부임하거나 퇴임하는 사람들, 모임과 결혼식과 부고 등.

그렇다고 유명한 사람들만 실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방신문의 경우에는 지면이 허락하는 한 소식을 보내오는 지역민들의 이모저모를 샅샅이 싣는다. 때문에 관공서나 기업 등은 동정면을 대단히 중시한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단체, 모임 등의 소식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보 창구이므로 관심을 갖고 읽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활용하나

사회생활의 폭이 비교적 좁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동정면이 다소 재미없게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매일매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지면이므로 활용 가치는 높다.

따라서 지면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시키는 게 우선이다. 특히 특별한 사건, 사고가 아니라 모임과 행사, 결혼과 사망 등 흔히 생기는 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평범한 소식들일 수 있지만 생각을 이끌기에 따라 삶의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면 신문들이 이런저런 소식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정리해 본다. 신문에서는 소식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기사화하고 있는 데다 모임이나 결혼, 부음 등은 압축된 형태로 정보를 전하기 때문에 이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박스(상자) 기사의 형태로 크게 다루어진 것들은 어떤 이유로 비중 있게 다뤄졌는지 생각해본다. 화제성 인터뷰, 부임, 사망 등 기사의 성격에 따라 구성되는 방식에 일정한 틀이 있으므로 이를 알아본다. 필요하다면 기사에서 다뤄진 사람에 대한 다른 이야기, 과거 일화 등 추가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어서 가족과 친지, 내가 다니는 학교, 친구들 등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신문과 같은 형태로 써 보게 한다. 가족신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동정면 성격의 것들이므로 제대로 알아두면 크게 도움이 된다.

◇사망기사 활용하기

동정면에서 가장 활용하기 좋은 기사가 사람의 죽음을 다룬 기사이다. 죽음은 살아가는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해 주는 가장 좋은 재료가 된다. 사망 기사를 통해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을 가다듬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 그의 삶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피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유명인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사망 기사는 대개 그가 살아온 생애와 업적, 관련된 중요 사건들 등을 다룬다. 한 사람의 삶과 연결된 역사와 사회상, 개인의 가치관 등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유명하지 않은 인물도 다뤄진다. 의로운 행동과 결단에 따른 죽음, 기구한 운명 등의 경우인데 이 역시 좋은 생각거리가 된다.

신문에 실린 사망기사의 유형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특정 인물의 사망을 가정해서 미리 기사를 써 보게 하는 활동도 유용하다. 내용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의 죽음을 가정하는 것이 편리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사망기사를 직접 써 보게 하는 것도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유서 미리 써 두기가 주관적인 글이라면, 사망기사는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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