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 대구·경북 소매상권

입력 2004-12-07 09:56:15

대구에 대형 할인점이 등장한 지 내년으로 10년째. 대구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온 대형 할인점들은 재래시장을 초토화한 뒤 경북의 중소도시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99년까지 7개에 불과했던 대구 대형할인점은 올 현재 19개. 이 중 15개가 전국망의 대형 할인점이다.

경북도 99년 4개에서 12개로 늘어났고, 이 중 10개가 역외 대형점이다.

내년에도 대구 경북에 8개의 대형 전국규모 할인점이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전국에 69개 점포를 출점한 이마트는 2009년까지 점포수를 120여개로, 31개를 출점한 홈플러스 또한 2008년까지 73개로 늘린다.

이들 대형 할인점들의 공략 타깃은 인구 5만~10만명의 중소도시로, 시골 구석구석까지 점포망을 넓혀가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한 대구 대형 할인점들은 2001년 1조289억원의 판매고를 올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백화점(9천799억원)을 따돌렸고 2003년 1조3천830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5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대형 할인점의 등장은 유통시장의 대변화를 야기, 1996년 대구 소매시장 점유율이 백화점 25%, 소매점 75%에서 지난해 경우 백화점이 16%, 할인점은 34.7%, 소매점은 49.3%로 급변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소매 상권은 지난 10년간 몰락을 거듭, 생계기반을 잃어버렸다.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동구시장. 30여개 상가 중 상인들이 입주한 곳은 3, 4곳뿐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문을 열어 둔 가게 중 상당수도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다 할인점 때문입니다.

" 가게도 비워둔 채 시장내 한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던 50, 60대 상인들 네댓명은 '할인점'에 '할'자만 들어도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재래시장을 죽이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시장 코앞에 대형 할인점을 지을 수 있습니까."

시장 창립 멤버라는 한 상인은 '속이 뒤집어져서' 30년 만에 장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장탄식했다.

단골은 모두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무슨 재간으로 버틸 수 있겠느냐고 울상이었다

지난해부터 24시간 영업체제로 전환한 홈플러스 성서점과 이마트 성서점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인근 슈퍼마켓들은 '아사' 상태다.

홈플러스 성서점 인근 ㅋ마트 김화서 사장은 "3년전만 해도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전에 장사를 끝냈지만 그래도 하루 30만원 이상은 남겼다"며 "지금은 온가족이 매달려 오전 6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하지만 이문은 예전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이마트 성서점 인근 ㄷ마트 허창구 사장은 "원가의 1%만 남기려 하지만 대기업과 대량으로 직거래하는 이마트한테는 아무리 용을 써도 당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역외 대형 할인점은 대구 도매시장도 붕괴시켰다.

LG, 애경, 대상 등의 공산품을 취급하는 대기업의 대구지역 대리점들은 3년전만 해도 100여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3분의 1도 남지 않은 상황. ㅈ 유통 대표는 "거래처 중 문을 닫는 소매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2개 대리점을 통폐합했지만 전체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백화점들도 식품과 공산품 위주였던 대형 할인점들이 의류 잡화까지 판매하면서 '안방'을 잠식당하고 있다.

때문에 백화점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맞서 매장 개편 작업 등에 해마다 수백억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할인점 발길'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식당도 할인점 '피해자' 가운데 하나다.

동아유통센터 이수원 과장은 "대구시내 대형 할인점 안 음식코너 식당이 300여개나 되고 매출도 하루 70만~80만원"이라며 "이로 인해 할인점 주변 영세 식당 매출액은 2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1천개 이상의 영세 식당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역외 대형 할인점의 공세는 대구를 넘어 경북 전역의 소매상권을 각개격파하고 있다.

안동 신·구시장, 풍산, 용산, 복문 시장이 지난달 12일 문을 연 이마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항 남부, 칠성, 상대, 형산시장 등은 시외버스터미널옆 대형 할인점 건축 계획에 좌불안석이고, 홈플러스가 들어서는 영주시 또한 번개, 공설, 종합시장 상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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