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비색의 비밀 '철이온 때문'

입력 2004-12-07 08:58:32

1천여년 동안 신비에 싸여 있었던 고려청자 비색(翡色·秘色)의 미스터리가 마침내 물리학자와 도예가의 공동 노력으로 풀렸다.

전남대 물리학과 김화택 교수팀과 전남 강진군 고려청자사업소 이용희 연구개발실장 등이 한국과학재단 기초연구사업으로 수행한 연구는 '12세기 고려청자와 재현된 청자에 대한 과학적 비교분석(2003년9월)'. 과학자와 도예가들이 각각 고려청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애쓴 적은 있지만, 공동연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청자 파편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하고 측정광을 쏘여 광흡수 스펙트럼을 조사한 결과, 고려청자는 336nm(나노미터)에서 강력한 광흡수 피크가 일어나는 것을 밝혀냈다.

원인은 조선백자에는 전혀 없는 철(Fe) 성분. 고려청자를 굽기 전에는 태토와 유약에 3가 철이온(Fe3+)만이 함유되어 있는 반면, 청자를 구운 후에는 3가 철이온이 아주 적어지고 2가 철이온(Fe2+)이 증가했다.

한마디로 고려청자의 신비로운 비취색은 철이온이 환원되면서 나타나는 2가 철이온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고려청자는 환원불에서 굽는 것이 중요하다.

땔감이 완전히 타기 전에 땔감을 계속 던져넣어 의도적으로 불완전 연소가 생기도록 하는 환원불은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일산화탄소는 청자 표면의 산소와 결합, 이산화탄소로 방출되면서 청자표면은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 때문에 철이온이 3가 철이온에서 2가 철이온으로 환원된다.

고려청자는 또 에너지 간격이 큰 n형 반도체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강국의 저력이 이미 1천여 년전 고려청자에 숨어 있었던 셈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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