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은 경찰 수사에 의해 그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죄의식 마비' 현상이 이토록 넓고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데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어느 학부모가 의대생에게 아들의 대리시험을 부탁한 후 평소에는 용돈을 줘가며 철저히 관리해온 데다 '점수'에 따라 50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이른바 '성과급'을 제의한 대목에선 어이가 없어 딱히 할 말을 잃게 된다.
더욱이 지난해 대리시험 부정으로 적발돼 집행유예 상태였던 어느 재수생이 올해 또 대리시험을 부탁한 게 들통났다니 이 나라의 도덕 불감증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절망감마저 든다. 더욱 가관은 그 재수생이 대리시험 2연패(連敗)에 대한 소회를 진술한 내용이다. '지난해 적발돼 부모님 속을 썩혀 드린 걸 만회해 효도하려는 생각에서 또 감행했다"는 경찰에서의 진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모들의 '성적 만능' 욕심에 자식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에 부응해 주는 게 '효도'라고 생각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명문대만 들어가면 효도라는 이 청소년의 비뚤어진 사고(思考)가 과연 뜯어 고쳐질 수 있을는지, 그게 더 큰 문제가 아닌가. 결국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의 나라에 사는 모든 계층에 만연된 '죄의식 마비'현상의 일단(一端)이 '수능 부정'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내신 성적 부풀리기를 위해 눈감아 준 '학교 시험의 커닝'이 '수능 부정'으로 이어졌다면 결국 학교나 교사들마저 썩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를 어디에서 치유해야 할지 참으로 막연한 생각이 든다. 교육부의 특단 대책은 이런 종합적 사고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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