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호황…막걸리 공장을 가다

입력 2004-12-02 12:26:25

지난달 30일 밤 10시 대구시 동구 불로동 대구탁주 공장. 오전 9시부터 돌아갔다는 이 곳 막걸리 제조설비는 그 시간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몇시까지 작업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장 관계자는 "밤 12시"라고 대답했다. 그는 "올 한해 내내 이같은 야간작업이 이어졌다"며 "고되긴 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올해같은 세월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종업원들 세밑 소망"이라고 했다.

◇30년만의 호황

대구탁주에 따르면 올해 막걸리 출고량은 하루 평균 6만여병. 지난해 4만9천여병에 비해 20%나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올해 2천100만병을 판 셈. 대구경북 인구가 550만명쯤 되니까 올해 지역민 1인당 막걸리 4병 정도를 마신 격이다. 대구탁주의 대구경북 막걸리시장 점유율은 95%다.

대구탁주의 막걸리를 받아 판매하는 '전문 막걸리집'이 올해 대구에서만 50개가 새로 생겼다. 대구의 중심 동성로에서만 10개가 나왔다.

올해 막걸리는 사실상 '돌풍' 수준. 1970년대 전체 주류 시장의 70%를 차지했던 막걸리는 맥주 소주 양주 등에 밀려 최근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 다른 주류업체가 모두 불황을 맞은 반면 막걸리만은 '나홀로 호황세'를 구가했다.

◇왜 막걸리인가?

막걸리 업계는 막걸리 열풍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웰빙 열풍을 꼽았다. 저알코올 음주문화가 확산된 덕분이라는 분석.

최근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7080'을 연상케하는 분위기와 싼 가격도 막걸리 잔을 기울이게 만드는 원인이다.

대구탁주 김승대 지배인은 "건강을 중시하는 풍조가 생기면서 소주 위스키 등 고도주보다 막걸리 와인 같은 저도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불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막걸리 소비증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는 해외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강술이라는 인정을 받으면서 막걸리 수출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122만달러로 2000년 89만달러에 비해 37%나 늘었다. 10월까지 막걸리 수출액도 벌써 12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수출액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8월부터 일본으로 수출을 시작한 대구탁주의 경우, 한달에 8천상자씩 일본으로 보내고 있으며 수출량이 꾸준히 느는 추세. 곡주를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의 입맛에 '막걸리가 딱'이라는 것.

하지만 숙제도 많다.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는 수출 과정에서 발효가 진행되면서 맛이 변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발효를 멈추기 위해 4℃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통비용이 너무 커진다는 것.

김승대 지배인은 "수출 중에 막걸리 맛이 변하면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일본을 제외하고는 수출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해외 반응을 볼 때 충분한 성공 가능성이 나타났으며 새로운 보존기술을 개발, 수출상품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사진:막걸리 공장의 밤은 밝았다. 올해 내내 이어진 막걸리 열풍으로 밤 12시까지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진은 대구경북 막걸리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탁주 조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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