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의 겨울바다

입력 2004-12-02 09:07:05

하얀 포말… 희망이 밀려온다

겨울바다는 특별하다. 찬바람을 맞으며 밀려오는 파도에 서있어 보면 왜 바다에 왔는지를 알게된다. 여름바다와 달리 겨울바다는 더 깊고 더 무겁다. 그리고 더 시원하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할 땐 역시 바다다. 7일 동해바다가 한결 가까워진다.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때문이다.

◇구룡포항

포항공단을 지나 10여분이면 구룡포항에 닿는다. 아직 옛 포구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구룡포항. 억양이 센 갯가 사투리, 항구를 빈틈없이 메운 고깃배, 항구 공터에 꽉 들어선 과메기 노점과 생선 좌판, 그리고 바다냄새…삶의 체취가 물씬 묻어나는 곳이다.

아침(7~9시) 수협위판장에 가면 포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밤새 잡은 오징어며 복어, 대게 등이 바닥에 좍 깔린 채 경매에 부쳐지는 광경이 장관이다. 경매사의 흥정과 생선을 사고파는 상인들의 소리까지 합쳐져 위판장은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 속에는 갓 잡은 생선 비늘처럼 싱싱한 삶의 열기가 있다. 땀 내 절고 비린내 배인 어민 작업복 냄새를 맡고 나면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이 따분하게 느껴지거들랑 포구에 들리라고 했던가.

요즘 구룡포항은 대게와 과메기 철이다. 수족관마다 대게가 넘쳐나고 있다. 12월 말경에는 '구룡포 과메기 축제'가 계획돼 있다.

◇구룡포~호미곶 드라이브

바다는 역시 겨울에 가야 제 멋을 느낄 수 있다.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다. 하늘 역시 파랗다. 가다가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더라도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다. 거기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은 정지된 공간에 활력마저 불어 넣는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길은 내내 바다를 끼고 달린다. 쪽빛 바다를 오른쪽 차장에 걸어둔 채 달린다. 어촌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갯바위 해안에서는 갈매기 떼 한가로이 자맥질하고 출렁이는 낚싯배에서는 고기 낚는 어부의 손이 분주하다. 바닷바람이 잘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과메기 덕장이 들어서 있다. 빨간 살에 기름이 자르르르 흐르는 과메기는 바닷바람 속에서 맛있게 익어간다. 포구 양지 녘 공터에서는 어구손질에 여념 없는 어민들 손놀림이 바쁘다.

운 좋게 만선해서 돌아오는 고깃배와 그 뒤를 따르는 갈매기 떼를 볼 때면 바다에 깔린 해의 그림자와 함께 바다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구룡포는 갈매기의 바다다. 구룡포 갈매기 수는 고깃배가 닿는 여느 포구에나 떼지어 다니는 수십~수백 마리 정도의 무리가 아니다. 해수욕장 백사장이나 갯바위에 앉았다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먹구름처럼 바다를 덮을 정도이니 그 수를 세기가 어렵다. 갈매기 소리는 또 오죽 앙칼지던가. 거센 겨울바람에 밀려와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갈매기들이 끼욱대는 소리. 그 소리 속으로 수평선을 넘어오며 지친 항해의 나래를 접는 고깃배들. 구룡포는 그래서 겨울이 더 아름답다.

해안가 얕은 언덕을 굽이굽이 오르내리는 길 아래의 바닷가로는 작은 포구와 검은 갯돌해안이 띄엄띄엄 나타난다. 가다가 포구마을이 보이거든 반듯한 도로를 이탈해 갯가 둑 옆으로 난 좁은 동네길로 차를 몰자. 바다 풍경이 좀더 가깝게 다가와 정겹게 느껴진다. 이렇게 10여km를 달리다보면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거대한 조형물이 나타난다.

◇등대박물관과 호미곶 해맞이 광장

한반도가 토끼모양이 아니라 호랑이가 대륙을 포효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해 이곳의 지명도 호미곶(虎尾串)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등대가 있다. 그 옆에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국내 최초로 지어진 등대 테마 박물관이다.

기획전시관, 등대관, 해양수산관 등 크게 3개 전시관과 야외전시장으로 이루어진 이 박물관은 등대에 관한 전시물들로 가득하다. 한국의 등대 발전사 뿐 아니라 항만 해운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 수백점이 바다가 내다보이는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특히 등대관에서는 다양한 체험학습이 가능해 어린이들과 함께 관람하기에 좋다. 입장료는 700원(18~65세). 겨울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등대박물관 옆에는 호미곶 해맞이 광장이 있다. 호미곶의 상징이 돼버린 '상생의 손'이 바다에 우뚝 서 있다. 오른손은 바다에, 왼손은 해맞이공원에 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두 손이 마주보고 있다. 상생의 손 조형물 앞에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씨함이 인상적이다.

99년 12월31일 변산반도의 해넘이, 2000년 1월1일 날짜 변경선에 위치한 피지섬과 호미곶의 해맞이 때 채화한 불꽃이다. 그곳에서 동해 수평선을 바라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어 보자. 그리고 가슴속으로 소원도 빌어보자.

◇돌아가는 길

구룡포항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서쪽 해안도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또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해안선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파도를 끼고 가는 해안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군데군데 언덕 위에 있는 배로 만든 레스토랑에서 차 한 잔 즐기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이겠다. 그러다보면 붉었던 하늘과 바다는 어느새 은빛으로 물든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먹을거리 '함흥식당 복국'

구룡포읍 수협위판장 맞은편에 있는 복국집 '함흥식당'.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라는 노랫말처럼 함흥에서 구룡포로 피란 온 월남민 가정에 시집간 김 필씨가 시어머니가 차린 식당을 대물려 운영 중이다. 복국만 30여년. 밀복과 콩나물, 미나리만 넣고 끓여낸다. 담백한 맛이다. 특히 국물맛이 시원하다. 한 그릇 1만원. 함흥식 가자미 식혜와 구이, 생미역, 잡어 회 등 밑반찬도 푸짐하다.

◇가는 길

지금까지는 대구~영천~경주~포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이용했다. 그러나 7일이면 대구~포항 고속도로(68.42km)가 개통된다. 이 도로를 이용하면 평소 1시간20분에서 40~50분으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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