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돼지고기 수육'이라는 말을 써왔는데 칼럼을 쓰려니 언젠가 신문에서 수육이 숙육(熟肉)에서 발음하기 쉽게 'ㄱ'이 없어져 변한 말이지만 삶은 고기의 통칭이 아니라 쇠고기 삶은 것을 말한다고 본 글이 어렴풋하게 기억나 국어사전을 뒤지게 되었다.
역시 사전에도 수육은 '삶아 익힌 쇠고기'라고 되어 있다.
참나, 그 때 읽고 알았으면 바르게 쓸 것이지 왜 그리 무심했을까? 아, 무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때도 '그럼 돼지고기 삶은 것은 뭐라고 하지?'하며 한참을 찾았었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돼지고기 삶은 것을 뜻하는 말은 없다.
그러다 말았었다.
요리책에도 '돼지고기 수육'이라고 적혀 있고 인터넷 검색 창에도 '돼지고기 수육'이라는 말을 치면 수백 개의 정보를 찾아주니, 남들 쓰는 대로 쓰지 별나게 굴 거 뭐있어, 했었다.
몇 년 지나 또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다시 찾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삶은 걸 뭐라고 하지? 제육? 제육은 돼지고기의 한자어 저육(猪肉)이 변한 말이라니 꼭 삶은 것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편육(片肉)? 그건 삶아서 눌린 거고. 도대체 삶은 돼지고기는 뭐라고 하는 거야?' 한참 찾다가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쇠고기 삶은 것을 수육이라고 한다고 해서 돼지고기 삶은 것을 뜻하는 말이 꼭 있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냥 '삶은 돼지고기'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 '안 써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우리 말'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눈알보다 안구(眼球), 입안보다는 구강(口腔)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구기자(拘杞子)는 살고, 괴좇은 사라졌으며, 오얏은 자두(紫桃)의 그늘에 묻혔다.
토박이말이 사라지고 있다.
한자어가 말하는 이의 품위를 높였는지 모르지만, 한자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양돈(養豚)이 무어죠?"라고 물으면 "돼지치기죠."라고 한다
같은 낱말로 풀 것이라면 왜 처음부터 1차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점점 간과해가고 있는 추세다.
'
시어머니와 같이 서른 포기 배추로 김장하느라 허리가 휘었다는 친구. 친구에게서 얻은 김장 김치를 보고 남편과 내가 동시에 떠올린 것은 '돼지고기'. 금방 담근 김치에 둘둘 싸서 먹는 맛이란! 삶은 돼지고기로 친구 시어머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고기만 담으니 여~~~엉! 폼도 안 나지만 그걸 받으시는 어머님, 김치 꺼내시려면 귀찮으시겠다싶어 얻은 김치를 가운데 담아 보냈다.
"어무이~~, 김치 쪼매만 더 주이소. 김치 몬 담그는 지한테는 피 같은 김친기라예! 보내드린 것 만큼만이라도예. 알았지예?"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돼지고기 갈비 살 1.5㎏, 통마늘 15개, 통후추 30알, 커피 1작은술, 청주 1큰술, 월계수 잎 5장, 대파 1대, 생강 30g
◇만들기=①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약간 있는 갈비살로 준비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둔다.
②대파는 5㎝ 정도 길이로 자르고 생강은 얇게 썬다.
③냄비에 물을 끓인다.
④물이 끓으면 준비한 재료를 넣고 중불에서 뭉근히 익힌다.
⑤젓가락으로 찔러 보아 핏물이 보이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다.
⑥다 익으면 꺼내 뜨거울 때 한 입 크기로 썰어 김장김치와 새우젓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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