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입력 2004-11-30 13:41:28

지난주에는 수능 부정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가 그토록 조직적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학생들이 별로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친구가 사정을 얘기하며 도와달라고 요구하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정 차원에서 응하게 된다"며 친구들의 부정행위 제의나 동참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를 도와준다는 미명하에 부정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회 전체의 규범이 깨뜨려져서는 안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집단이기주의적 사고가 내일을 책임지고 갈 청소년에게까지 파고든 것이다.

한 개인이 젊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개인이 속한 사회 전체가 젊고 건강해야 한다. 젊다는 것은 혈기가 왕성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신선하고 순수하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수능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작금의 일부 학생들은 젊은이다운 신선함과 순수함을 지니고 있기 보다는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힌 한탕주의 사고에 젖어있는 것 같아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고 하였다. 인간은 사회적 접촉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사회적 접촉으로 인하여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직'간접적으로 사회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인간은 오직 교육에 의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말처럼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론에 치우친 암기와 주입식 교육보다는 실천위주의 인성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학생들이 몸소 체험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올바른 문화와 건전한 사회 환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1997년 4월 미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전현직 대통령들과 각계 지도자들 수백명이 모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가 청소년들 스스로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을 진정으로 건강하게 보호하고 육성하지 못한 어른들의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 회담이 끝난 직후 최근 미 국무장관에서 사임한 콜린 파월이 '미국의 약속'(America's Promise)이라는 청소년보호재단을 설립하였다. 단순히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하거나 그들의 비행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이 지켜야 할 약속 5가지를 정하고 이를 실천하자는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하는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것,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것, 어린 시절을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좋은 교육을 보장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게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역동적이고 젊음이 넘쳐나는 사회 환경적 변화 속에서 기성세대는 진정으로 젊은이다운 사고와 행동을 가지고 있는지 반성을 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성세대가 해줄 수 있는 '한국의 약속'은 무엇일까?

김희철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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