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끼는 불법 현수막…불경기에 '기승'

입력 2004-11-30 11:54:03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현수막· 전단지 등 거리의 불법 광고물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광고물이 거리 곳곳을 '오염'시키고 있지만 생계형이 대부분이어서 수백만원짜리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내걸리거나 뿌려지는 불법 광고물에 대해 각 지자체가 '광고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끊이지 않는 불법 광고물

29일 오후 2시쯤 북구 침산동 침산중학교 앞에서 푸르지오 아파트 방향의 도로변 인도. 나무와 나무 사이에 내 걸린 현수막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13개 모두가 불법 현수막이었다.

북구 남침산 네거리에는 상품홍보 현수막이 가로등· 나무 등에 매달려 있었다. 한 업체의 경우 시민운동장까지 두서너 군데 똑같은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복현오거리에는 건물 꼭대기까지 허가받지 않은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불법 광고물도 도심 곳곳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려지거나 내걸리고 있다. 대출, 미분양 아파트 분양, 음식점, 학원, 신입생 모집 등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

각 지자체가 마련한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린 것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지정게시대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이를 사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또 사용료도 내야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불법인 줄은 알지만 하루라도 빨리 가게홍보를 하려면 지정게시대의 순번을 기다리는 것보다 현수막이나 전단지 등을 뿌릴 수밖에 없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제작하면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철거되면 또다시 설치한다"고 했다. 결국 구청이 부과하는 과태료를 추가 광고비 정도로 생각하는 풍토인 셈이다.

대구시에 집계된 9월말까지의 각 지자체 불법광고물 정비 건수는 모두 95만5천345건. 전단지· 현수막 등 유동식이 93만5천9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불법 광고물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

◇숨박꼭질 단속현장

불법 현수막의 경우 대부분 토요일이나 일요일, 야간에 내걸린다. 단속이 뜸한 틈을 이용하기 때문에 단속이나 적발도 쉽지 않다. 지자체들은 3,4명 정도의 담당직원과 공공근로자 등으로 구성된 상설기동정비반을 운영하며, 하루에 수십개씩 철거하고 있지만 돌아서기 무섭게 다시 내걸리고 있다. 게다가 단속을 강화하면 할수록 전신주 꼭대기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마구잡이 단속도 쉽지 않다.

각 지자체들은 불법 광고물 척결을 위해 적발시 설치한 업주에게 5만~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옥외광고물 등에 관한 관리법에 따르면 최고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쉽지 않은 형편. 구청 관계자는 "모든 불법 광고물에 대해 일괄적인 행정처분을 할 경우 당사자들이 반드시 진정을 하고 항의를 한다"며 "상습적이고 정도가 심한 경우가 아니면 처분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북구청의 경우 단속실적은 23만8천여건에 이르지만 행정처분은 7건에 과태료는 고작 945만원에 불과하다. 북구청 신달호 담당은 "처벌을 강화하는 등 행정적 처분도 필요하겠지만, 워낙 살기가 어렵다보니 불법광고물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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