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 협동'과시형 아닌 실속형 급하다
취업전쟁시대에 학생과 대학, 그리고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분명한 건 취업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학생과 대학의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기업도 학생과 대학의 현실을 이해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
경일대의 협조를 얻어 4학년 취업준비생에게 물었다.
4학년의 84.7%가 진로 문제를 꼽았다.
취업 희망 업체에 대해선 중소기업(33.2%)보다는 관공서(12.5%), 국영기업체(10.6%), 교직 및 금융기관(8.1%), 대기업(6.7%) 등을 선호,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을 여전히 싫어했다.
진로 결정시 중요한 정보의 경우 친구와 선후배(56.5%), 부모(16.9%)에 지나치게 의존 , 정보의 질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생만 30여명 채용할 예정인 포항 소재 중견기업 동국제강 경우 경북대(지난 23일), 영남대(24일) 등 지방 8개대 순회 채용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부산대 등 타 지방대 경우 지원자가 수백명에 달했지만 지역은 수십명선에 그쳐 무척 실망했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지역 대학생들의 자기 개발능력이 수도권 대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다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 지역 한 대학이 지난 2년간 신입생들의 영어능력을 조사한 결과 고등학교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 대학은 6개월의 영어기초 과정을 신설하고, 과정의 70% 이상을 수강하는 학생에게 수강료를 돌려주는 처방까지 내렸다.
또 지역 한 2년제 대학 관계자는 "지역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높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며 "1년 내 직장을 그만두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취업률이 높은 2년제 경우 기업에선 대개 1천500만원 안팎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으나 학생들은 2천만원대의 연봉을 고집하고 때문.
주먹구구식 정보 취득도 문제. 교내외 진학정보 교재, 대중매체 등을 통한 정보 체크가 필요하다는 것.
대구대 이영득 취업처장은 "철저한 자기개발과 함께 눈높이도 현실에 맞게 조절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필요하다면 국내외 경연대회를 통해 자신의 노력을 검증받고, 산업현장을 방문해 체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학생들은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타 대학과 연합된 채용 설명회, 졸업생 동문 초청, 취업 특강, 취업 서류 및 면접 교육, 중소기업 체험 참가자 모집 등등.' 지역 한 대학의 취업프로그램이다.
이 대학 취업 관계자는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터전만 닦아주면 된다"며 "취업은 학생들의 몫"이라고 했다.
반면 대구대학교는 지난해 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취업팀을 취업처로 격상시켰다.
현장실습 수업을 도입해 학점을 부여하고 있고, 산학협력을 위해 지역은 물론 부산 경남의 상공회의소를 찾아 다니고 있다.
특히 내년 7월 개통 목표로 모든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업종별로 분류, 재학생과의 네트워크를 추진 중이며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단과대학에도 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대학마다 취업 전쟁을 치른다고 난리다.
맞춤형 교육을 근간으로 한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엇비슷하다.
하지만 그 속내는 딴판이다.
수십개의 취업동아리를 육성, 재정을 지원하고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과목을 교과 과정에 반영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취업 터만 닦아 주고 학생들이 건물을 세우라"고 뒷짐지는 대학도 있다.
산업현장을 일일이 방문, 준비된 인재를 적재적소에 취업시키는 대학과 대학 인근에 유망 중소기업이 많은 데도 기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대학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 대기업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만 이끌려 취업 시기를 놓치는 대학도 적잖다.
취업 관계자들은 대학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조절해 줌과 동시에 준비된 인재,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대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해 개발 운영해야 하며 산학 협력도 '대외과시용'이 아닌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것.
구미의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인 (주)울텍 석창길 사장은 "지역 여러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어왔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가르쳐 재교육 없이 바로 인재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진정한 산학협력"이라고 말했다.
◇기업
경일대 중소기업센터는 지난 5월 경산 영천 소재 200개 기업을 상대로 현장 방문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인사담당자들은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기능인력 부족(40.0%) 현상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들 기업의 사무직 사원의 평균 학력 경우 4년제 대졸자 36.5%, 2년제 35.5%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연구·기술개발직 경우 4년제가 53.2%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 졸업도 9.6%나 됐다.
대학 교과과정에 대해선 문제해결 능력(53.8%)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고, 대학의 맞춤식 교육을 통한 인재일 경우 취업시 채용 우선권을 주겠다(58.8%)고 했다.
대학과의 산학협동사업 수행과 관련해선 25.7%만 수행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산업협동 수행시 문제점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40.5%)을 가장 많이 답했다.
기업들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 대학의 역할에 대해 우수 인력 양성 공급(43.5%)이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기업들이 준비된 인재, 맞춤형 대학 교육, 효율적인 산학협동을 바란다는 대목이다
한편 대학 취업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광고 형태로 내는 경우도 많다"며 "인근 대학에 정보를 주고 준비된 인력을 뽑아가는 기업들의 각성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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