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못 찾는 학교도서관

입력 2004-11-29 08:53:03

"시설만 좋으면 뭐 합니까. 제발 책 좀 봐 주세요."

학교 도서관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다양한 읽을거리는 물론, 컴퓨터와 DVD, 오디오까지 갖춘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변모했지만 학생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과외와 성적에 쫓겨 책 한 권 읽을 여유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탓이다.

더구나 시설투자만 있을 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나 재정 지원은 거의 없어 전시용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학교 도서관의 현실

학교 도서관 현대화 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대구에서만 58개 초등학교와 30개 중학교, 24개 고등학교 등 총 114개교가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한 상태.

이 사업은 2007년까지 계속돼 모두 318개교가 도서관 현대화 사업을 마칠 계획이다.

학교마다 5천만원이 지원되며 2~4개 교실 규모의 공간에 문헌정보코너와 모둠학습 코너, 전자영상 코너, 브라우징 코너 등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달라진 시설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찾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점심시간에나 잠시 아이들로 왁자지껄해질 뿐, 방과 후에는 거의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

수업이 끝난 대구 북구 한 초등학교의 경우 2개의 교실을 연결해 만든 널찍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은 고작 1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근의 ㅇ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교사 1명과 학생 2명이 50여평의 도서관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 학교 도서관은 속빈 강정

현재 진행중인 학교 도서관 현대화 사업에는 시설 지원만 있을 뿐 유지·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경비 지원은 거의 없다.

대구의 학교 가운데 도서관 관리를 전담하는 사서교사를 정식 채용하고 있는 곳은 단 12곳. 나머지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 사서도우미를 활용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찾고 있지만 활발한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대구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이 시간 내길 꺼리는 데다 애써 도우미를 구성해 놓아도 결석하는 사례가 잦다"며 "도서관 관리담당 교사를 지정해 놓지만 수업과 업무 부담이 커 전담 사서교사 채용이 절실하다"고 했다.

새 책을 사는 재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박홍진 성화여고 국어과 교사는 "교육청에서 학교마다 책 구입 비용으로 지원하는 돈이 연간 300만원에 불과해 1년에 학생 1명 당 1권의 새책을 구비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했다.

학교 운영 비용의 4%를 도서 구입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시행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 책 읽는 학교 어떻게 만들까

학교 도서관 활용 정책연구학교로 지정된 대구 동성초등학교의 경우 하루에 400여명의 학생이 도서관을 이용한다.

매 교시마다 1,2개 반의 도서관 활용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일일 도서관 이용 인원은 600~700여명에 이른다.

또 월요일에는 좋은 책 소개, 화요일은 그림책 읽어주기, 수요일은 영화감상, 목요일은 명예사서교사의 이야기 들려주기, 금요일은 음악산책 시간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저녁 시간에 도서관을 개방, 학생들이 저녁 식사 후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홍창성 교장은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는 것보다는 학생 스스로 도서관을 찾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홍진 교사는 "교과 과정에 독서 수업을 만들고 일주일에 1,2시간은 도서관 활용수업을 실시하는 등 학교 전체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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