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훈장님-파자점(破字占)

입력 2004-11-29 08:53:03

漢字의 획을 나누거나 합치거나 하여 맞추는 놀이를 破字라고 한다.

破字占은 임의로 漢字 하나를 짚게 하고, 그 漢字를 풀어서 運數를 말해 주는 것이다.

즉 漢字가 뜻글자이면서 분리와 결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인간의 운명이나 吉凶禍福을 *豫測해 보는 것으로 주로 한 字의 글자를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破字占을 잘 치기로 유명한 사람이 '一'을 가지고 세 사람에게 각기 다르게 풀이한 예가 있는데, 그 예는 다음과 같다.

破字占을 치는 사람이 형과 아우에게 각각 하나의 글자를 짚으라고 하니 둘 다 '一'을 짚었다.

그러자 먼저 '一'을 짚은 사람이 동생이고, 나중에 짚은 사람은 형이라고 하였다.

이유를 물으니 '下(아래 하)'를 쓸 때는 '一'을 먼저 긋고, '上(위 상)'은 '一'을 나중에 긋기 때문에 *筆順으로 형제를 알아맞힌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아버지가 병을 앓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각각 글자를 짚으라고 하니 '一'을 짚었다.

그랬더니 먼저 '一'을 짚은 사람은 아버지의 병이 위험할 것이고, 나중에 '一'을 짚은 사람은 아버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死(죽을 사)'의 필순은 '一'이 먼저이고, '生(날 생)'의 필순은 '一'이 끝이니 이 역시 필순으로 生死를 점친 것이다.

두 이야기를 들은 임금이 하도 신기해서 직접 破字占을 치는 사람을 만나 땅 위에 '一'을 그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안절부절못하면서 "'土(흙 토)' 위에 '一'을 그으니 '王(임금 왕)'이니 당신은 임금이십니다" 하였다.

이에 거지를 목욕시키고 꾸며 그를 만나 '一'을 짚으라고 시켰더니, "길 위에 길게 누웠으니 장차 얼어 죽을 팔자"라고 하였다.

'卜(점칠 복)'자 破字占의 일화로 어사 박문수의 얘기가 유명하다.

박문수가 서울 장안을 살펴보다 破字占을 잘 치기로 유명한 점쟁이를 만났는데, 그 사람 앞에서 '卜'자를 짚었다.

그랬더니 점쟁이가 '卜'은 '?+?'자로 되어 있으니, 사람 몸에 해도 같고, 달도 같은 것이 달려 있는 것이니 암행어사가 분명하다고 했다.

하도 신기해서 이번에는 *驛卒을 시켜 변복하고 점쟁이에게 보내 '卜'자를 짚으라고 하니 '?+?'으로 사람 몸에 방망이 같은 것이 달려 있으니 역졸이구나 하였다.

(『구비문학대계』4-5, 「점쟁이 덕분에 죽음 면한 박문수」에서)

이처럼 破字占이란 글자 하나를 가지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解釋하고 *判斷하는 것이다.

이런 破字占은 우리나라보다 漢字의 본고장인 中國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破字占 이야기를 알아두면 漢字를 쉽게 공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쳐 쌓여진 선인들의 번뜩이는 지혜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 장원교육 한자연구팀

* 豫測(미리 예, 헤아릴 측) : 앞으로의 일을 미리 짐작함

* 筆順(붓 필, 따를 순) : 글씨를 쓸 때 붓을 놀리는 차례

* 驛卒(역 역, 군사 졸) : 고려·조선 시대에 역에 딸리어 심부름하던 사람

* 解釋(풀 해, 풀 석) : 풀어서 이해함

* 判斷(분별할 판, 끊을 단) : 사물의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 등을 분별하여 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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