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회담 회의록 공개방침 파장

입력 2004-11-27 10:52:12

정부가 그간 논란이 돼 온 한일회담 회의록을 연내에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일본 정부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공개가 실현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축으로 관련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특별팀을 가동해 한일협정 문서의 공개시 예상되는 파장과 대책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 배경에는 우선 2005년이 을사늑약 100주년, 광복 60주년, 한일협정 체결 40주년이라는 역사적으로 상징적 의미가 있는 해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올들어 국내 과거사 문제 청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對)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국내 일각의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한일회담 회의록이 연내에 공개된다면 그 폭발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일본의 반응이다. 일본은 그간 회의록 공개에 반대한다는 게 원칙적 입장이라며, 대북 수교협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불가' 이유였다. 따라서 적어도 북한과 수교교섭이 타결될 때까지는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한일회담 회의록이 공개되면 재협상 요구가 봇물 터진 듯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간 한일회담이 '졸속', '굴욕' 회담이었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당시 군사독재 정부 하에서 이뤄진 회담이었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국가 간에 이뤄진 포괄적인 '회담'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 청구권 문제에 대해 일본과 재협상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일협정 체결 이후 60년대에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그리고 상업차관 3억달러 등 모두 8억달러를 일본 측으로부터 건네받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 돈은 당시 포항제철 건설, 고속도로 건설 등의 경제개발 자금으로 쓰였다.

그리고 70년대 중반에 징용사망자 8천552명에게 1인당 30만원, 일본 정부 발행의 유가증권 9천700여건에 대해서도 1엔당 30원으로 환산해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여건으로 볼 때 이러한 피해 보상은 극소수에 한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들은 일제때 강제동원돼 사망, 부상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한일회담 회의록이 공개되면 피해자들의 추가배상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이 또한 국가적·외교적 '대사(大事)'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의 한일회담 문서공개는 피해자의 보상 요구를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피해자들이 일본 측으로부터 개인적인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한일회담 당시 정부가 일정 정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의미도 포함된 듯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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