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채용 거의 없어…기업 홍보장 전락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차라리 행사 규모는 작더라도 적극적인 구인 의사가 있는 업체만 엄선해서 취업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뒤 2년 가까이 실업자로 지낸다는 최모(28·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청년 실업난 해소를 내걸고 25일부터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04 대구·경북 직업훈련·자격·취업박람회'가 겉치레만 요란한 행사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구인·구직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데다 기업, 직업전문학교 등의 홍보장으로 전락해 전형적인 전시행사라는 게 불만의 주 내용이다. 지난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노동부가 주관한 대구지역 취업박람회의 채용 실적이 전국 꼴찌라는 질타를 받았던 터여서 이들의 불만은 더 컸다.
첫날 25개 업체 등 행사기간 3일 동안 모두 75개 업체가 채용에 나서지만 일부 생산직 모집업체만 현장 채용의 가능성을 보였을 뿐 대부분 업체들은 구직희망서를 모으는 데 의의를 두었다.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공채로 신입사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이번 박람회에서 신규 채용할 계획은 없다"며 "일부 눈여겨 둔 구직자들에게 1~2점 가산점을 주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둔 뒤 일년반째 실업자 생활을 한다는 이모(29·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이력서 10장을 준비해 왔고, 몇 군데 원서도 내볼 생각이지만 참가업체가 너무 적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행사장은 산만하기 짝이 없었다. 박람회장 내 능력개발관에서는 대학, 학원, 직업전문기관들이 '국비지원이 되니 신청하라'며 신입생 모집에 열을 올렸고, 바로 옆 이벤트관에서는 귀가 울릴 정도로 큰 음악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이 바람에 면접관과 구직자들은 서로 고함을 지르며 면접을 치렀다.
건물 3층에서 열리는 '대학입학정보 박람회'를 찾아왔던 고교생들은 공짜로 나눠주는 커피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직업에 대한 소개는 부스 앞에 늘어선 몇 장의 액자로 대신했다.
한 제조업체 과장은 "음악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면접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며 "매년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운영된다면 다음부터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취업알림판을 바라보던 구직자들의 얼굴에도 실망감이 가득했다. 최모(23·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차라리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뒤지는 게 훨씬 낫다"며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왔다가 아무 쓸모없는 '취업 10계명'만 보고 돌아간다"고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는 이날 6천200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25일 오후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취업박람회장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한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기다리며 자신이 준비해 온 이력서 꾸러미를 꺼내 확인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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