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경로당지원센터'어르신 발언대'웅변무대

입력 2004-11-23 13:08:20

"어른대접 제대로 해"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어르신들이 목청을 높였다.

경로당에 모여 노인들끼리 털어놓는 푸념이 아니라 삶의 경륜에서 얻은 지혜를 모아 세상을 향해 사자후를 터뜨렸다.

22일 오후 대구 북구청소년회관 아트홀. 북구경로당활동지원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어르신 발언대'에 참석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모처럼 얻은 발언 기회에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행복한 노년의 시작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안내책자의 표지에 쓰인 행사 취지말처럼 발언대에 오른 연사들은 노인의 의무, 그리고 권리 찾기에 나섰다.

단상에 오른 노인들은 사회에 쓴 소리를 내뱉기도 하고, 노년층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장수(66·검단동 민들레 경노당) 할아버지는 "일하는 노인은 잘 늙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노인들에게는 일자리가 없습니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하 할아버지는 고령화 사회의 준비없는 복지정책에 화살을 날렸다.

"한 달에 차비 정도만 나오는 경로수당, 노인들이 좀처럼 가기 힘든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입장료 할인….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고령화시대의 복지입니까?" 목소리에는 분노마저 느껴졌다.

U대회선수촌1단지 아파트 경로당 대표로 출전한 문용옥(74) 할머니는 노인의 역할론에 대한 자성의 소리를 담았다.

"이웃간 나누던 정은 사라지고, 사제지간의 예절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모두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 문 할머니는 모순된 사회 탓만 하지 말고 삶의 지혜를 터득한 노인들이 배고팠던 시절을 떠올리며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

임홍식(69·팔달동 대백인터빌 경로당) 할아버지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뒷방 늙은이로 노년의 삶을 보낼 것이냐"며 "후세들의 밝은 세상을 위해 남은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교육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고, 경로당의 효율적 운영방침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150여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꽉 채운 좌석에서는 연사의 말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옳소"하는 환호성도 내질렀다.

한 할아버지는 "속이 시원하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한 할아버지는 "노인들을 뒷방 늙은이로만 취급하는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며 "오늘 모임은 노인들이 세상 돌아가는 데 대해 꾹 눌러왔던 말을 쏟아낸 모처럼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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