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과연 문화도시인가

입력 2004-11-22 12:01:40

도시의 규모나 시세(市勢)를 말할 때 흔히 인구 100만 도시니, 300만 도시라는 인구단위로 표현해왔다.

공업화에 따른 인구증가와 행정구역 규모를 도시의 수준이나 서열의 기준으로 하던 때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런 잣대는 미안하지만 낡은 시대의 매김이다.

공업화로만 치우친 도시 발달은 거꾸로 그 도시를 쇠퇴시키고 퇴락한 늙은 동네로 추락시키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

도시의 소비활동도 이제는 무엇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경제활동 단계에서 연극이나 오페라를 감상하는 문화활동으로 뛰어넘어가는 시대에 와 있다.

'~을 갖는 것'으로부터 '~을 하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산업 노동력의 구조에서도 제조업 등 공업부문의 노동력 규모보다 문화사업 종사자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 경우만 해도 2000년에 들어서면서 서비스업 등 문화분야 종사자수가 제조업 분야 취업자를 뛰어넘었고 격차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변화를 재빨리 읽은 도시는 변화 속에 앞으로 나아가고 눈뜨지못한 도시는 아직 꿈속이다. 우리의 경우만 해도 이미 인천이나 부천, 제주, 강릉 등 전국 주요도시들은 엄청난 예산을 쏟아가며 문화재단 설립을 마쳤거나 설립중에 있다.

과거 인구 몇백만짜리 도시라는 낡은 틀속의 사고를 뛰어넘어 어떤 문화인프라가 어느 규모로 도시생활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느냐는데 초점을 맞추는 문화경제학에 눈을 떴다는 얘기다.

인구 280만의 대구를 과거 낡은 도시 평가의 잣대로 볼라치면 여전히 3대도시다. 그러나 문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전국 16개 시도에서 꼴찌권이다.

'문화도시'란 허울뿐인 녹슨 왕관을 벗어던져야 할 때를 한참 지난 것이다. 문예진흥기금 조성 현황만 봐도 35억6천600만원으로(최근자료) 울산을 빼놓고 꼴찌.

시(市)의 문화분야 예산은 더 한심한 수준이다. 순수 문화예술활동에 지원되는 예산은 6개 분야 사업에 10억원 안팎이다. 전라도 쪽이 오페라 공연 한번하는데 쓰는 예산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문화예술 예산총액이야 366억원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시 전체예산의 1.6%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의 다른 지자체 문화예산 평균 비율이 2.5%임을 감안하면 문화도시라는 자화자찬이 부끄러워지게 된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인적자원은 아직 타 지자체보다 풍부하고 예술적 기량이나 문화적 수준에서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풀어야 할 예술단체 내부의 불협화음이 있긴 하나 문화 현장을 뛰는 지역예술인들이 풍부한 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끼는 문화인프라 빈곤은 엄살의 수준을 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지역문화계의 갈등과 열망이 며칠전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가 주최한 '대구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토로됐다.

지방도시별 문화재단 설립 바람은 이미 7년전부터 일었었다.

경기문화재단에 이어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재단, 인천, 심지어 강릉에 이르기까지 인구규모로 보면 7대 도시 8대 도시도 안되는 도시에서조차 1천억원에서 3천억원까지의 목표액을 정해놓고 지자체'기업 시민이 발벗고 뛰고 있었다. 대구시와 문화계가 '문화도시'란 낡은 간판밑에서 한참을 자고 있을 동안 조그만 도시마다 변화의 눈을 뜨고 저만치 앞서 뛰고 있었던 셈이다.

대구의 기업과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부천'강릉'제주 기업들 보다도 못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의 기업들이 경영수익의 1%를 지역 문화쪽에 기부하는 속칭 '1%클럽'에 가입해 지역 문화를 지원하고 그 문화가 다시 경제를 되밀어주는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듯이 대구의 젊은 기업인들 중에도 '1%클럽'이 구성된다면 문화계를 도와줄 용의가 있다는 신선한 마인드를 가진 기업인이 적지 않다.

실제 모 철강회사 경우같이 기업인 개인의 지원을 통해 외국연수나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도 있다.

시와 의회도 유니버시아드 대회후 축적해둔 예산을 과감하게 문화쪽으로 집중 지원해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날 시민대토론회의 공감된 결론이 아니더라도 대구 문화재단은 문화도시의 명예 부활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설립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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