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농촌은 '풍요 속 빈곤'

입력 2004-11-17 10:39:52

"가격이 오르면 뭐 합니까? 내다 팔 사과도 없는데…."

의성 옥산과 점곡, 춘산 등지의 사과 주산지에서는 요즘 산지 사과 가격이 치솟고 있으나, 의외로 농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하다.

사과 꽃이 피기 시작하는 지난 봄, 서리로 인한 동해(凍害) 때문에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정작 내다 팔 사과가 없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 7월 중순부터 35℃를 웃도는 고온이 보름 이상 지속되면서 사과 잎마저 떨어지면서 생육이 중단돼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16일 현재 의성 옥산과 점곡 등지에서 거래되는 사과 가격은 상자(20kg 기준)당 평균 3만5천~5만2천원 선으로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50%가량 폭등했다

하지만 지난 봄 서리로 인한 동해와 여름 고온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탓에 농가 보유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형편이다.

사과농사 3천평을 짓고 있는 김규원(46·의성군 옥산면 정자리)씨는 "사과(후지)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올해 사과 가격이 예년보다 많이 올랐지만 농가에 들어오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옥산능금새마을금고 김치수(59) 이사장 역시 "사과밭 4천400평에서 재작년에는 1천900여 상자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800여 상자 수확에 그쳐 모처럼 치솟고 있는 사과 가격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더구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며 적잖은 농약을 살포하면서 영농비가 예년보다 더 들어가 이래저래 농가들의 손실만 커졌다는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에 대해 농협이 수집·판매를 대행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의성동부농협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와 일손이 없어 선별 등 작업에 애로를 겪고 있는 노인 과수농들의 사과를 수집, 보다 나은 가격에 판매를 대행해 농가들의 손실을 어느 정도 보상해 주고 있다.

의성동부농협 권기창 조합장은 "예상치 못한 냉해와 고온 등의 재해로 과수농가들의 손실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면서 "농협이 최대한 거래선을 확보해 농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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