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의 초(楚)나라 굴원(屈原)은 고고하고 청렴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모함을 종종 받아야 했다. 어느 날 그는 관직을 던지고 천하주유에 나섰다가 한 어부로부터 관직에 다시 나서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그 어부는 '푸른 물이 깨끗하다면 나의 모자 끈을 씻겠네. 푸른 물이 더러우면 나의 발을 씻어 볼까나'라고 노래했다. 상황에 따라 처세하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굴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단오 때 대나무 잎에 싼 떡을 먹는 전통은 그런 굴원을 기리기 위해서라 한다.
◎…우리 선조들도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덕목을 소중하게 여겼으나 요즘 세태는 과연 어떤가.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나 부업을 하지 않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으며, 자기 집을 안 늘리는 경우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윗사람의 부당한 명령이나 민원을 처리하되 답례를 정중하게 거절하며, 부조를 안 받는 경우도 사정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서울의 대학생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졸업 뒤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대학신문'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의 학보사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2.9%가 '교직을 포함한 국가고시에 응시하겠다'고 답했다. 그 다음은 전문직종'일반기업 순이며, 공부를 계속하려고 하는 경우는 16.9%에 불과하다.
◎…서울대생은 국가고시에 이어 진학하겠다고 답한 학생이 30.6%에 이르렀지만, 나머지 4개 대학은 '연구를 지속하겠다'가 7~19%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진로 결정 때 가장 고려하는 점으로는 '자아 실현'(51.4%)을 꼽았고, 취업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전문능력(60.2%)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현상을 과연 어떻게 풀이하는 게 옳을까. 최근 전공노(全公勞)의 움직임이 아무래도 거슬린다.
◎…'공무원=철밥통'이라는 등식은 새삼스럽지 않다. '정부미(米)'라는 말까지 나온다. 왜 그런 등식과 말이 회자되는지, 공무원이든 지망자든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공무원들에게도 어려움들이 적지 않겠지만,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변화의 '대상'이라는 비판에서 이젠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학생들도 '철밥통'이 아니라 굴원 같은 '청백리(淸白吏)'를 꿈꾸는 경우가 많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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