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자녀 교육 '貧富 격차'

입력 2004-11-12 13:00:00

옛날에는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사정이 달라진지 오래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제 그런 경우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부모의 지원에 따라 학업성적과 학교 생활의 흥미 여부가 좌우되도록 교육제도가 잇따라 달라져 왔기 때문이다. '논어(論語)'에 부모나 스승이 먼저 모범을 보일 때 학생들이 올바른 길을 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모의 솔선수범과 환경 만들어주기가 자녀 성적 올리기와 상관관계가 커지는 추세다.

○...전 한 조사에서 학부모 10명 중 6명은 자녀 성적이 부모의 뒷바라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못사는 집'일수록 상대적으로 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은 높으나 효과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공부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사교육 시간보다는 부모와의 관계에 달려 있다니 이젠 '가난이 죄'가 되는 셈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 수준과 학력이 높고 문화생활이 풍요로운 가정의 자녀일수록 학업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 그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직업개발원은 중'고교 3학년 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구 소득, 부모 학력 뿐 아니라 가정의 문화생활과 그 환경 조성이 학생의 성적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중학생은 가구 소득 300만원 이상이 상위권 44.1%로 하위권보다 17.6% 포인트 높았으며, 일반계 고교생도 그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고교생의 부모 학력 4년제 대학 이상이 상위권에서 33.1%로 나타났으며, 중학생도 비슷했고, 어머니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유하고 있는 책과 영화'연극'뮤지컬 관람 등 가정의 문화 환경의 차이도 자녀 성적에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사람들과 경쟁해야 잘 사는 지식사회로 접어들면서 고학력이 고소득으로 이어지고, 계급으로 재생산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엘리트층이며, 그런 사람들이 그런 자녀를 가지게 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삶의 질'이 그렇듯이 자녀 교육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돼 걱정이다. 가난한 사람들도 거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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