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현대정치사

입력 2004-11-12 08:46:11

김현우 지음/ 아카넷 펴냄

일본 정치지도자들에게 있어 '평화'와 '자위'의 개념은 사전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1894년 10월 일본 내각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국시가 동양대국의 평화를 존중하는 것에 있다"며 '평화'를 해치는 청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꼭 100년 뒤인 1994년 10월 에토 다카미 의원은 태평양 전쟁이 모두 '일본의 자위를 위한 전쟁'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들에게 '평화'는 선행적 조치가 뒤따르는 '평안하고 화목함'을 뜻하며 '자위'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먼저 선제행동이나 외지 공격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일본 정치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향후 일본의 동향을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일본현대정치사'는 헌정사적 측면에서 일본 정치의 현황을 분석한 책이다.

1945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의 총리 선출과정, 국회의원 선거 과정, 정당의 생성과 소멸, 법률 제정과 개정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평화'와 '자위'의 개념을 통해 일본 정치를 분석하면서 '일본정치순환론'을 제시한다.

이오키베 마코토가 주장한 이 이론은 일본이 외부 문명을 학습해 자기 혁신과 급속한 발전을 이룬 뒤 일본우월주의 사고에 빠져 영토 확장을 도모하다가 패전에 이르는 과정을 하나의 순환 주기로 본다.

저자는 패전 후 지금까지 일본에서 전개된 정치 상황이 이러한 정치사적 순환을 재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식 군대 보유를 노린 헌법 개정 논의와 천황에 대한 실권 부여 운동, 막대한 방위예산 책정 등은 물론 유사시 자위대의 직·간접인 해외 파병을 허용하는 법률 제정,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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