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우리 민족은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 그 몫으로 소나무를 심고,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는 말을 낳았다. 심고 가꾼 소나무에서 땔감을 얻고, 집을 지으며, 배고플 때 구황(救荒)으로, 죽을 때는 관재(棺材)로 소나무를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나무와 동고동락하면서 '인간과 자연 상생(相生)'의 미덕을 지녀 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소나무 가운데 '금강송(金剛松)'은 최고의 질과 아름다움을 지녀 가장 사랑 받아 왔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굽거나 트지 않고 잘 썩지도 않을 뿐 아니라 붉은 빛깔이 아름다운 금강송은 경북의 봉화·울진, 강원의 삼척 등 태백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소나무이다. 주로 춘양역을 통해 반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춘양목'이라고 불리어 왔으며, 빛깔과 나이테가 아름다워 궁궐이나 사찰 등 고품격의 건축물 외에는 구해 쓰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적송이다.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문화재 수리용으로 쓸 금강송을 키우기 위해 내일(11일)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묘목 1천111그루를 심기로 한 모양이다. 2년 전 소광리 금강송 숲에서 채취한 종자를 봉화 춘양 양묘장에서 안동의 남부지방산림관리청이 키운 묘목들이라 한다. '1'자만 든 월·일에 역시 '1'자가 든 숫자로 심는다는 상징적 의미도 그럴 듯해 보인다.
○...이번 금강송 키우기는 150년 뒤를 위한 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 소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30m가 넘는 거목들이 마구 베어지고, 그나마 살아 남았던 나무조차 6.25 한국전쟁 때 군용으로 잘려나가 극소수 지역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다른 침엽수에 서식지가 빼앗기고, 병충해 등으로 해마다 3만ha 정도 사라지는 상황인 데다 춘양과 소광리 등에서만 잘 자라기 때문이다.
○...봉화에서는 춘양목을 살리고 사랑하자는 자발적인 모임도 생겨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춘양목 사랑 모임'은 연동하우스를 만들고, 이 나무의 씨앗을 용기에 심어 우량 묘목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으며, 상표 등록도 한 모양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춘양목(금강송)이 예처럼 번성하고, 인간과 자연의 상생 정신에도 길이 빛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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