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부모들 사랑의 매 학교전달' 찬사 보내

입력 2004-11-09 09:52:35

얼마전 초등학교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담임 선생님을 고발한 일이 있었다.

사연은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 매질을 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선생님이 꾸지람을 하거나 벌을 세우면 휴대전화로 경찰서에 고발한다거나 선생님께 반항, 또는 스승을 폭행까지 하는 제자가 있는 현실을 볼 때 우리교육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하는 탄식과 걱정을 아니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울산·강남 관내 학부형과 전남 ㅎ고등학교 학부형들이 '우리 자식들 때리면서 인간 만들어 주세요'하면서 '사랑의 매'를 만들어 학교에 기증한 일은 부형들이 자녀를 염려하는 애정어린 교육심의 발로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교육 현장의 정서로서 생각지도 못하는 일일 뿐 아니라 인간성 교육을 위한 한발 앞선 부형들의 용단에 감사한 마음으로 찬사를 드린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 종아리를 맞고 집에 왔을 때 어머니는 나의 피멍든 자국을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시면서 "이 매는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선생님의 사랑의 매란다"라고 하셨다.

옛날에는 '조상의 매'라는 것이 있었다.

자녀들이 잘못했을 때 직접 회초리를 들고 때리는 대신에 그 자식을 끌고 조상들이 묻혀있는 산소로 갔다.

그 산소 앞에서 아버지는 스스로 종아리를 걷어올리고 자식으로 하여금 아버지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도록 했다.

그러나 세태가 많이 달라졌다.

자녀가 매맞고 오면 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듯 온다.

나도 손 못 대는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웬 매냐는 것이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에게 갖은 욕설과 손찌검으로 교권을 실추시키는 사례를 신문지상을 통하여 가끔 접할 수 있다.

이런 자세는 자녀 교육을 위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만일 자녀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꾸중이나 매를 맞았다고 해서 잔뜩 부어 오면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곧바로 어느 편도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자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주의깊게 듣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부모가 학교와 선생님의 권위를 지지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늘 아이의 편에서 좋게 보아주는 부모는 선생님이나 다른 권위를 지닌 인물들을 존중하지 않는 자녀로 키우게 되는 것이 된다.

정말 사안이 심각할 때에는 담임과 진지한 만남의 자리를 갖도록 하여야 한다.

황춘길(교육평론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