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향리의 기초 교육을 맡은 서당은 대표적인 사립교육시설이다.
숫자가 가장 많고, 누구나 설립할 수 있으며, 평민에게도 입학이 허용됐기 때문에 당시 보편 교육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설립과 운영은 물론 훈장 자격에도 별다른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은 천태만상이었다.
마을이나 문중에서 학식 있는 이를 초빙해 설립한 서당의 경우 학부모들의 평가가 좋아 인재 양성은 물론 주민 화합에도 기여했다.
배움이 짧거나 행실이 바르지 못한 이가 서당을 세워 말썽이 나는 곳도 적잖았다.
수업 진도를 부잣집 아들에게 맞추거나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만 매를 대는 악덕 훈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당 문을 닫고 마을을 떠나야 했다.
주민들이 집과 쌀, 땔감과 의복 등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학부모, 학생들의 눈밖에 나면 쫓겨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교육계가 극단적인 대립에 빠진 모습을 보면 예전의 서당과 여실히 비교된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의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법제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등이다.
사학법인들과 이에 맞선 교원·학부모단체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성명서와 시위, 집회가 끊이지 않고 '학교 폐쇄', '사립의 공립화' 같은 극단적인 용어가 난무한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결국엔 헌법재판소까지 가게 될 전망이다
적어도 1, 2년은 이 혼란이 계속되리란 얘기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의미나 여파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립학교가 그동안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탓도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어서 그저 교육계 내부의 주도권 다툼쯤으로 치부하는 눈치다.
학교 폐쇄나 사립의 공립화 같은 이야기에 대해선 짜증스럽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당장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내신성적, 사교육 비용 등만 생각하기에도 교육 문제는 피곤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논란의 양측인 사학법인들과 교사들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입장에 동조해 달라고 하기에도 염치없어 보인다.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든, 사립학교 운영을 민주화하든, 다시 말해 사립학교법을 어떻게 하든, 현재 안고 있는 우리 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교육계의 내분이 심해질수록 학부모들은 학교 선택과 교사 평가가 학생, 학부모의 손에 놓여 있고 이에 따라 학교가 폐쇄되고 교사가 퇴출되던 옛 서당의 운영 방식을 요구하리란 것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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